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화석이된날들 2

봉합된 세상 / 김명희

그림 / 신종섭 ​ ​ ​ ​ 봉합된 세상 / 김명희​ ​ ​ ​ 계곡 속, 뜨겁게 달아오른 빨간 체온들이 물속으로 뛰어든다 수면 아래서 물 밖 기억을 들출 때에는 봉합된 호흡의 분량이 필요하다 미량의 호흡 속에서 되살아나는 지난날들의 청춘과 실연들 규명되지 않은 불규칙한 혈압이 적나라하게 재생된다 폐 속에 갇힌 세상은 눈부시도록 아름답다, 그 아름다움에 뜯기어 내 몸이 질식되는 동안 바깥 시간들은 어떤 인생들을 호흡하고 있을까 다시 물 밖으로 고개를 들자 게으르고 물컹한 공기 속에선 구름을 놓친 소나기 하나, 세속을 빠르게 지나치고 있었고 모든 휴식은 구리빛이었다 ​ ​ ​ *시작 메모 : 이 시는 계곡에서 미역을 감는 순간을 표현했다 ​ ​ ​ 김명희 시집 / 화석이 된 날들 ​ ​ ​​ ​ ​

날품 / 김 명 희

그림 / 정 은 하 ​ ​ 날품 / 김 명 희 ​ 이른 새벽 한 무리의 인부들이 봉고차에 실린다 이내 어느 현장으로 옮겨진 그들 어둠을 깨고 부수고 그 위에 아침을 쌓는다 건물이 한 뼘씩 오를 때마다 그들의 몸은 개미들처럼 작아진다 안전화는 전혀 안전하지 못한 공중만 떠들고 가벼운 지폐 몇 장 삼겹살과 소주로 선술집 상을 채우는 고마운 저녁 밤이 이슥해지자 한둘만 남기고 봉고차는 어둠저쪽 어디론가 사라지고 무심히 흘려 넣은 거나한 꿈들은 졸음 한켠 후미진 담벼락에서 음습한 절망으로 젖어간다 희망의 괘도를 벗어난 안전화만이 누군가의 넋두리를 따라서 귀가하는 밤 이젠, 욱신거리는 잠의 날품을 팔아야 할 시간이다 ​ ​ ​ ​ 김명희 시집 / 화석이 된 날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