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 / 이 효 그림 / 이 효 수국 / 이 효 마음에서 사랑하는 사람의 흔적을 지운다는 것은 회오리바람 화병에 달덩이만한 수국을 손으로 뭉개면서 알게 되었다 지우면 지울수록 내면에서 올라오는 짙은 색들 꺼내놓으면 감당할 수 없을까 봐 세월로 눌러 놓았던 아픈 흔적들 마음에서 피어오르는 얼굴 항아리안에서 더욱 익어가는 그리움 세월이 가면 더 환해지는 수국 하루 종일 마음에 모진 붓질을 한다 문학이야기/자작시 2021.06.26
해장국 끓이는 여자와 꽃 그림 : 김 정 수 해장국 끓이는 여자와 꽃 / 이 효 사람들이 잠든 새벽 해장국 끓이는 여자는 가슴에 꽃씨를 품는다 내일은 해장국집 간판 내리는 날 애꿎은 해장국만 휘휘 젓는다 옆집 가계도, 앞집 가계도 세상 사람들이 문 앞에 세워놓은 눈사람처럼 쓰러진다 희망이 다 사라진 걸까 화병 안에 환하게 웃고 있는 꽃송이 하나 뽑아 가계 앞 눈사람 가슴에 달아준다 무너지지 마 오늘 하루만 더 버텨보자 폭풍 속에 나는 새도 있잖아 가마솥에 꽃이 익는다 여자는 마지막 희망을 뚝배기에 담는다 눈물 한 방울 고명으로 떠있다 문학이야기/자작시 2021.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