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병 / 이성복 그림 / 유민혜 제대병 / 이성복 아직도 나는 지나가는 해군 찝차를 보면 경례! 붙이고 싶어진다 그런 날에는 페루를 향해 죽으러 가는 새들의 날개의 아픔을 나는 느낀다 그렇다, 무덤 위에 할미꽃 피듯이 내 기억속에 송이버섯 돋는 날이 있다 그런 날이면 내 아는 사람이 죽었다는 소식이 오기도 한다 순지가 죽었대, 순지가! 그러면 나도 나직이 중얼거린다 순, 지, 가, 죽, 었, 다 이성복 시집 /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 문학이야기/명시 2022.06.07
할미꽃과 어머니의 노을 / 최 효 열 그림 : 박 인 선 할미꽃과 어머니의 노을 / 최 효 열 어머니는 살아서도 할미꽃, 굽어진 등 너머 팔순세월 마디마디 새겨진 사연 아버지 무덤에서 핀다 당신을 여의고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 감내하며 살아 온 길, 미운 정 고운 정 곱씹으며 푸념 담아 당신에게 올리는 잔 추억으로 피는 그리움이라고, 사랑이라고 살아서도 할미꽃으로 핀다 변화하는 세월 저 깊은 곳에 담겨진 보릿고개보다 외로움을 삭히셨을 눈물로 보낸 세월이 소리 없는 아픔으로 가득한데 산새 사랑가 오리나무에 걸터앉아 울고 오던 길 더듬는 어머니 머리위로 이는 붉은 노을이, 서산으로 어머니의 노을이 진다. 문학이야기/명시 2021.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