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폭설 2

고요한 귀향 / 조 병 화

그림 / 김 희 정 ​ ​ ​ ​ 고요한 귀향 / 조 병 화 ​ ​ ​ 이곳까지 오는 길 험했으나 고향에 접어드니 마냥 고요하여라 ​ 비가 내리다 개이고 개다 눈이 내리고 눈이 내리다 폭설이 되고 폭설이 되다 봄이 되고 여름이 되고 홍수가 되다 가뭄이 되고 가을 겨울이 되면서 만남과 이별이 세월이 되고 마른 눈물이 이곳이 되면서 ​ 지나온 주막들 아련히 고향은 마냥 고요하여라 ​ 아, 어머님 안녕하셨습니까. 조병화시집 / 고요한 귀향 ​ ​ ​ ​ 그림 / 김 희 정

숲, 나무에서 배우다 / 김 석 흥

그림 : 신 은 봉 ​ ​ ​ 숲, 나무에서 배우다 / 김 석 흥 ​ ​ ​ 숲에 사는 나무는 박애주의자다 생김새가 다르다고 다투기는 하나 미워하지 않는다 키가 좀 작다고 허리가 굽었다고 업신여기지 않는다 언제나 주어진 자리에 서 있을 뿐 결코 남의 자리를 욕심내지 않는다 숲에 들어서면 가슴이 환해지는 이유이다 ​ 숲을 지키는 나무들은 거룩한 성자다 산새들이 몸통 구석구석을 쪼아 대고 도려내도 아픈 기색 보이지 않는다 짐승들이 울부짖는 소리에 잠을 설쳐도 끝내 쓴소리 한 번 내지 않고 폭설에 여린 팔 하나쯤 부러져도 오르지 끝 끝모르는 사랑으로 품어 안는다 숲에 들어서면 영혼이 맑아지는 이유다 ​ ​ ​ 시집 / 천지연 폭포 (김석흥 시인) ​ ​ 그림 : 김 연 희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