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폐업 2

촉도(蜀道) / 나 호 열

​ 촉도(蜀道) / 나 호 열 경비원 한씨가 사직서를 내고 떠났다 십 년 동안 변함없는 맛을 보여주던 낙지집 사장이 장사를 접고 떠났다 이십 년 넘게 건강을 살펴주던 창동피부비뇨기과 원장이 폐업하고 떠났다 내 눈길이 눈물에 가닿는 곳 내 손이 넝쿨손처럼 뻗다 만 그곳부터 시작되는 촉도 손때 묻은 지도책을 펼쳐놓고 낯선 지명을 소리 내어 불러보는 이 적막한 날에 정신 놓은 할머니가 한 걸음씩 밀고 가는 저 빈 유모차처럼 절벽을 미는 하루가 아득하고 어질한 하늘을 향해 내걸었던 밥줄이며 밧줄인 거미줄을 닮았다 꼬리를 자른다는 것이 퇴로를 끊어버린 촉도 거미에게 묻는다 ​ * 시집

겨울 나무 / 장 석 주

​ 겨울 나무 / 장 석 주 ​ 잠시 들었다 가는 길입니다 외롭고 지친 발걸음 멈추고 바라보는 빈 벌판 빨리 지는 겨울 저녁 해걸음 속에 말없이 서있는 흠없는 혼 하나 당분간 폐업합니다 이 들끓는 영혼을 잎사귀를 떼어 버릴 때 마음도 떼어 버리고 문패도 내렸습니다 그림자 하나 길게 끄을고 깡마른 체구로 서 있습니다. ​ ​ * 장석주 시인 약력 소설가, 시인 1954년 충남 논산 출생 1975년 월간문학 "심야" 등단 2010 질마재 문학상 (1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