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촛불 2

바닷가에 대하여 / 정 호 승

그림 / 이 효 경 ​ ​ ​ 바닷가에 대하여 / 정 호 승 ​ ​ ​ 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 게 좋다 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 언제나 찾아갈 수 있는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 게 좋다 잠자는 지구의 고요한 숨소리를 듣고 싶을 때 지구 위를 걸어가는 새들의 작은 발소리를 듣고 싶을 때 새들과 함께 수평선 위로 걸어가고 싶을 때 친구를 위해 내 목숨을 버리지 못했을 때 서럽게 우는 어머니를 껴안고 함께 울었을 때 모내기가 끝난 무논의 저수지 둑 위에서 자살한 어머니의 고무신 한 짝을 발견했을 때 바다에 뜬 보름달을 향해 촛불을 켜놓고 하염없이 두 손 모아 절을 하고 싶을 때 바닷가 기슭으로만 기슭으로만 끝없이 달려가고 싶을 때 누구나 자기만의 바닷가가 하나씩 있으면 좋다 자기만의 바닷가..

칼과 집 / 나 호 열

그림 / Bea mea soon ​ ​ 칼과 집 / 나 호 열 ​ ​ 어머니는 가슴을 앓으셨다 말씀 대신 가슴에서 못을 뽑아 방랑을 꿈꾸는 나의 옷자락에 다칠세라 여리게 여리게 박아 주셨다 (멀리는 가지 말아라) 말뚝이 되어 늘 그 자리에서 오오래 서 있던 어머니, 나는 이제 바람이 되었다 함부로 촛불도 꺼뜨리고 쉽게 마음을 조각내는 아무도 손 내밀지 않는 칼이 되었다 집으로 돌아가기에는 너무나 멀리 와서 길 잃은 바람이 되었다 어머니, ​ ​ ​ 시집 / 칼과 집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