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달 / 천양희 그림 / 서귀자 그믐달 / 천양희 달이 팽나무에 걸렸다 어머니 가슴에 내가 걸렸다 내 그리운 산 山번지 따오기 날아오고 세상의 모든 딸들 못 본 척 어머니 검게 탄 속으로 흘러갔다 달아 달아 가슴 닳아 만월의 채 반도 못 산 달무리진 어머니 천양희 시집 / 마음의 수수밭 미술이야기/명화감상 2023.05.08
마음이 깨어진다는 말 / 천양희 그림 / 최연 마음이 깨어진다는 말 / 천양희 남편이 실직으로 고개 숙인 그녀에게 엄마, 고뇌하는 거야? 다섯 살짜리 딸 아이가 느닷없이 묻는다 고뇌라는 말에 놀란 그녀가 고뇌가 뭔데? 되물었더니 마음이 깨어지는 거야, 한다 꽃잎 같은 아이의 입술 끝에서 재앙 같은 말이 나온 이 세상을 그녀는 믿을 수가 없다 책장을 넘기듯 시간을 넘기고 생각한다 깨어진 마음을 들고 어디로 가나 고뇌하는 그녀에게 아무도 아무 말 해주지 않았다 하루 종일 길모퉁이에 앉아 삶을 꿈꾸었다 천양희 시집 / 새벽에 생각하다 문학이야기/명시 2022.07.13
그리움은 돌아갈 자리가 없다 / 천양희 그림 / 김 정 수 그리움은 돌아갈 자리가 없다 / 천양희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하면서 나는 그만 그 산 넘어버렸지요.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하면서 나는 그만 그 강 건너갔지요.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하면서 나는 그만 그 집까지 갔지요.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하면서 나는 그걸 위해 다른 것 다 버렸지요. 그땐 슬픔도 힘이 되었지요. 그 시간은 저 혼자 가버렸지요. 그리움은 돌아갈 자리가 없었지요. 시집 / 그리움은 돌아갈 자리가 없다 문학이야기/명시 2021.08.13
저녁의 정거장 / 천 양 희 저녁의 정거장 / 천 양 희 전주에 간다는 것이 진주에 내렸다 독백을 한다는 것이 고백을 했다 너를 배반하는 건 바로 너다 너라는 정거장에 나를 부린다 그때마다 나의 대안은 평행선이라는 이름의 기차역 선로를 바꾸겠다고 기적을 울렸으나 종착역에 당도하지는 못하였다 돌아보니 바꿔야 할 것은 헛바퀴 돈 바퀴인 것 목적지 없는 기차표인 것 저녁 무렵 기차를 타고 가다 잘못 내린 역에서 잘못을 탓하였다 나는 내가 불편해졌다 시집 / 새벽에 생각하다 문학이야기/명시 2021.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