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잣나무 3

왕방산 둘레길 (왕복 6시간)

띠리링~ 새벽 4시에 기상, 더 자야 하는데~ 옆 지기가 왕방산 둘레길 같이 가보자고 한다. 왕방산 정상은 가보았지만 둘레길은 초행길이다. 집에서 6시 출발, 오지제 고개 7시 도착 오지제 고개에서 왕방산 수위봉 고개까지 8.2Km 편도 3시간, 왕복 6시간 예상 8.2Km × 8.2Km= 16.4Km 여보! 집에 갈래요 행군해요. 아뿔싸! 이미 첫발을 뗐다. 시작이 반이다! 가보자. 보라색 꽃이 아침 인사한다. "안녕" 길은 넓고 시원하게 뻗어있다. 기분 좋은 출발인데 조금 불안한 마음이 든다. 내가 6시간을 걸을 수 있을까? 작은 집이 뭘까? 조심조심 가까이 가보자. 토종벌들이 꿀을 나르고 있네. 부지런도 해라. 길은 험하지 않은데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한다. 오! 소나무 나이가 몇 살일까? 범상치 않..

주말 나들이 (경춘선 숲길)

​ 몽유 산책 / 안 희 연 ​ 두 발은 서랍에 넣어두고 멀고 먼 담장 위를 걷고 있어 ​ ​ 손을 뻗으면 구름이 만져지고 운이 좋으면 날아가던 새의 목을 쥐어볼 수도 있지 ​ ​ 귀퉁이가 찢긴 아침 죽은 척하던 아이들은 깨워도 일어나지 않고 ​ ​ 이따끔씩 커다란 나무를 생각해 ​ ​ 가지 위에 앉아 있던 새들이 불이 되어 일제히 날아오르고 절벽 위에서 동전 같은 아이들이 쏟아져나올 때 ​ ​ 불현듯 돌아보면 흩어지는 것이 있다 거의 사라진 사람이 있다 ​ ​ 땅속에 박힌 기차들 시간의 벽 너머로 달려가는 ​ ​ 귀는 흘러내릴 때 얼마나 투명한 소리를 내는 것일까 ​ ​ 나는 물고기들로 가득한 어항을 뒤집어쓴 채 ​ 시집 : 너의 슬픔이 끼어들 때 ​ ​ 시인 / 김 용 택 ​ 내가 ​ 저기 꽃이 피었..

미련한 곰 (자작 시)

​ 미련한 곰 / 이 효 ​ 아침 산책길 나무 아래 널브러진 잣 껍질 사람들 발에 밟힌다 울음소리 등이 휜다 ​ 그 많던 잣은 어디로 갔을까? 텅 빈 잣 껍질 속 마른 새 울음소리 들린다 ​ 자식들 대학 간다고 전깃줄에 달 매달아 놓고 검정 눈알 하나씩 빼주었다 ​ 늦은 밤 가계부에 붉은 백일홍 만개한다 돋보기 머리 위에 올려놓고 노망이 따로 없다 ​ 자식들은 알려나 남보다 한발 앞서라고 눈알이란 눈알 모두 빼주었는데~ ​ 수십 개의 눈알 옷에 달고도 길이 안 보인다 한다. 남은 껍질이라도 태워 길을 밝혀주어야 하나? ​ 세상 제일 미련한 동물이 노년에 동물원에 갇혔다 길을 잃어버렸다 ​ 동물원 팻말에 원산지는 미련한 곰이라 쓰여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