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운동장 2

​졸업사진 / 마경덕

그림 / 박혜숙 ​ ​ ​ ​ 졸업사진 / 마경덕 ​ ​ ​ 운동장에 모인 우리들 층층이 나무의자를 쌓고 줄을 맞추고 키 작은 나는 맨 앞줄 가운데 앉았다 얌전히 두 손을 무릎에 얹고 ​ 사진사가 사진을 찍으려는 찰나, 선생님이 내 이름을 불렀다 ​ 고무신을 신었으니 뒤로 가라고, ​ 운동화 신은 키 큰 아이를 불러서 내 자리에 앉혔다 ​ 초등학교 앨범을 펼쳐도 맨 뒷줄 내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 까치발로 서 있던 부끄러운 그 시간이 흑백사진 속 어딘가에 숨어있다 ​ ​ ​ ​ 마경덕 시집 / 악어의 입속으로 들어가는 밤 ​ ​ ​

첫눈 / 조하은

그림 / 바실리 칸딘스키 ​ ​ ​ 첫눈 / 조하은 ​ ​ 육성회비 봉투 비어 있는 채로 들고 간 날 등을 떠민 담임선생님은 빈 봉투 대신 들고 온 날고구마로 내 머리통을 후려쳤다 ​ 빈 봉투와 생고구마가 날아오르던 교실에는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 의자를 들고 벌을 섰다 ​ 미열이 온몸으로 흘러들어와 마구 돌아다녔다 헛것이 보였다 운동장 귀퉁이 사시나무도 시름시름 앓았다 달아오르는 날이었다 ​ 창밖에는 첫눈이 내리고 있었다 ​ ​ ​ ​ 조하은 시집 / 얼마간은 불량하게 *충남 공주 출생 *2015년 (시에티카)로 등단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