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우리들의마지막얼굴 4

겨울달 / 문 태 준

그림 / 전 지 숙 ​ ​ ​ 겨울달 / 문 태 준 ​ ​ 꽝꽝 얼어붙은 세계가 하나의 돌멩이 속으로 들어가는 저녁 ​ 아버지가 무 구덩이에 팔뚝을 집어넣고 밑동이 둥굴고 크고 흰 무 하나를 들고 나오시네 ​ 찬 하늘에는 한동이의 빛이 떠 있네 ​ 시래기 같은 어머니가 집에 이고 온 저 빛 ​ 문태준 시집 / 우리들의 마지막 얼굴 ​ ​ ​ ​

나무와 새장 / 문 태 준

그림 : 이 옥 자 ​ ​ 나무와 새장 / 문 태 준 ​ 내가 소상히 아는 한 나무는 터번을 머리에 둘러 감고 있네 날마다 성전을 펼쳐든다네 옮겨 심어졌다고 내게 고백한 적이 있었네 그도 나도 다시 태어나기 위해 기도문을 외고 왼다네 턱관절은 견고하나 육식을 앓는 그 그에게는 새장이 하나 매달려 있네 내게도 하나 매달려 있네, 새장에는 차진 반죽의 아내, 피리 소리처럼 떨고 있는 딸 새장은 더 크고 둥그런 새장 속에 있네 그는 새장의 빗장을 풀고 청공으로 나아가네 한바퀴, 또 한바퀴, 연속해서 돌며 육체를 잠그지 않는 무용수처럼 ​ ​ 시집 : 우리들의 마지막 얼굴 ​

아침을 기다리는 노래 / 문 태 준

그림 : 박 진 우 아침을 기다리는 노래 / 문 태 준 시간은 꼭 같은 개수의 과일을 나누어주시네 햇볕, 입술 같은 꽃, 바람 같은 새, 밥, 풀잎 같은 잠을 나는 매일 아침 샘에 가 한통의 물을 길어오네 물의 평화와 물의 음악과 물의 미소와 물의 맑음을 내 앞에는 오늘 내가 고를 수 있는 물건들이 있네 갈림길과 건널목, 1월 혹은 3월 혹은 9월 혹은 눈송이, 첫번째, 분수와 광장, 거울 그리고 당신 당신이라는 만남 당신이라는 귀 당신이라는 열쇠 시집 : 우리들의 마지막 얼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