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욕망 2

그 사랑에 대해 쓴다 / 유 하

그림 / 김 정 수 ​ ​ ​ 그 사랑에 대해 쓴다 / 유 하 ​ ​ ​ 아름다운 시를 보면 그걸 닮은 삶 하나 낳고 싶었다 노을을 바라보며 노을빛 열매를 낳은 능금나무처럼 ​ 한 여자의 미소가 나를 스쳤을 때 난 그녀를 닮은 사랑을 낳고 싶었다 점화된 성냥불빛 같았던 시절들, 뒤돌아보면 그 사랑을 손으로 빚고 싶다는 욕망이 얼마나 많은 열정의 몸짓들을 낳았던 걸까 그녀를 기다리던 교정의 꽃들과 꽃의 떨림과 떨림의 기차와 그 기차의 희망, 내가 앉았던 벤치의 햇살과 그 햇살의 짧은 키스 밤이면 그리움으로 날아가던 내 혀 속의 푸른 새 그리고 죽음조차도 놀랍지 않았던 나날들 ​ 그 사랑을 빚고 싶은 욕망이 나를 떠나자, 내 눈 속에 살던 그 모든 풍경들도 사라졌다 바람이 노을의 시간을 거두어 가면 능금나무..

두 마음 / 이 효

그림 : 김 정 수 ​ ​ 두 마음 / 이 효 ​ 외출하고 돌아왔다. 붉은색 원피스도 모자도 벗는다 모자를 의자 모서리에 걸었다 양파 껍질을 벗기면 눈물이 난다 ​ 인간의 높고자 하는 욕망 틀어논 수도꼭지 같다 하이힐만큼이나 꽃이 달린 모자만큼이나 내 안에 꽈리를 틀고 춤추는 너 ​ 나를 쳐다보는 수많은 신선들 밤에 빛났던 불빛들 새벽 자동차 바퀴에 깔린 시간들 모자 속에 숨었던 새가 둥지에서 작은 깃털이 되는 순간이다 ​ 내일 아침 다시 모자를 쓰고 나갈까 아니, 다시는 모자를 쓰지 말자 두 마음이 키스를 한다 ​ 바벨탑을 오르는 모자들 발자국의 웅성거림 내일도 욕망은 엘리베이터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