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애인 2

애인은 토막 난 순대처럼 운다 ​/ 권혁웅

그림 / 영 희 ​ ​ ​ ​ 애인은 토막 난 순대처럼 운다 ​/ 권혁웅 ​ ​ ​ ​ 지금 애인의 울음은 변비 비슷해서 두 시간째 끊겼다 이어졌다 한다 몸 안을 지나는 긴 울음통이 토막 나 있다 신의주 찹쌀순대 2층, 순댓국을 앞에 두고 애인의 눈물은 간을 맞추고 있다 그는 눌린 머리고기처럼 얼굴을 눌러 눈물을 짜낸다 새우젓이 짜부라든 그의 눈을 흉내 낸다 나는 당면처럼 미끄럽게 지나간 시간의 다발을 생각하고 마음이 선지처럼 붉어진다 다 잘게 썰린 옛날 일이다 연애의 길고 구부정한 구절양장을 지나는 동안 우리는 빨래판에 치댄 표정이 되었지 융털 촘촘한 세월이었다고 하기엔 뭔가가 빠져 있다 지금 마늘과 깍두기만 먹고 견딘다 해도 동굴 같은 내장 같은 애인의 목구멍을 다시 채워줄 수는 없을 것이다 나는 버..

비를 좋아하는 사람은 / 조 병 화

그림 / 데스 브로피 ( Des Brophy ) ​ ​ 비를 좋아하는 사람은 / 조 병 화 ​ ​ 비를 좋아하는 사람은 과거가 있단다 슬프고도 아름다운 사랑의 과거가... ​ 비가오는 거리를 혼자 걸으면서 무언가 생각할 줄 모르는 사람은 사랑을 모르는 사람이란다. ​ 낙엽이 떨어져 뒹구는 거리에 한 줄의 시를 띄우지 못하는 사람은 애인이 없는 사람이란다. ​ 함박눈 내리는 밤에 혼자 앉아 있으면서도 꼭 닫힌 창문으로 눈이 가지 않는 사람은 사랑의 덫을 모르는 가엾는 사람이란다. ​ ​ 시집 / 비를 좋아하는 사람은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