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안부 3

새해가 내려요 / 이 효

그림 / 이 봉 화 새해가 내려요 / 이 효 꿈틀거리는 지난 시간의 내장들 끊어진 소통 위로 눈이 내린다 방전된 몸으로 새해를 넘어온 사람들 아픈 손톱에 첫눈을 발라준다 뾰얀 속살이 차곡 쌓인 달력을 단다 말풍선에 매달란 섬들이 소통하고 유리벽을 타는 용서가 녹아내린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가 찰칵 찍어 놓은, 첫눈 오는 날 핸드폰 속에서 풍겨오는 사람 내음 눈사람은 서로의 안부를 그렁한 눈발로 묻는다 까똑 까똑 까똑 *신문예 1월의 시 / 이 효

안부 / 나호열

그림 / 전계향 안부 / 나호열 안부를 기다린 사람이 있다 안부는 별일 없냐고 아픈 데는 없냐고 묻는 일 안부는 잘 있다고 이러저러하다고 알려주는 일 산 사람이 산 사람에게 산 사람이 죽은 사람에게 고백하는 일 안부를 기다리는 사람과 안부를 묻는 사람의 거리는 여기서 안드로메다까지 만큼 멀고 지금 심장의 박동이 들릴 만큼 가깝다 꽃이 졌다는 슬픔 전언은 삼키고 꽃이 피고 있다는 기쁨을 한아름 전하는 것이라고 안부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날마다 마주하는 침묵이라고 안부를 잊어버리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안부는 낮이나 밤이나 바가 오나 눈이 오나 가리지 않고 험한 길 만 리 길도 단걸음에 달려오는 작은 손짓이다 어두울수록 밝게 빛나는 개밥바라기별과 같은 것이다 평생 동안 깨닫지 못한 말뜻..

감나무 / 이재무

그림 / 김정수 ​ ​ ​ 감나무 / 이재무 ​ ​ ​ 감나무 저도 소식이 궁금한 것이다 그러기에 사립 쪽으로는 가지도 더 뻗고 가을이면 그렁그렁 매달아 놓은 붉은 눈물 바람결에 슬쩍 흔들려도 보는 것이다 저를 이곳에 뿌리박게 해 놓고 주인은 삼십 년을 살다가 도망 기차를 탄 것이 그새 십오 년인데.... 감나무 저도 안부가 그리운 것이다 그러기에 봄이면 새순도 담장 너머 쪽부터 내밀어 틔워 보는 것이다 ​ ​ ​ ​ 시집 / 애송시 100편 한국 대표 시인이 100명이 추천한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