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악어의입속으로들어가는밤 2

도마의 구성 / 마경덕

그림 / 이철규 ​ ​ ​ 도마의 구성 / 마경덕 ​ ​ 나무도마에게 딸린 식구는 혼자 사는 여자와 칼 하나 닭집 여자는 칼에게 공손하고 칼은 도마를 얕본다 서열은 칼, 여자, 도마 도마는 늙었고 칼은 한참 어리다 칼받이 노릇에 잔뼈가 물러버린 도마는 칼 하나와 애면글면 둘 사이에 죽은 닭이 끼어들면 한바탕 치고 받는다 내리치는 서슬에 나이테가 끊어지고 이어 찬물 한 바가지 쏟아진다 닭이 사라져도 도마를 물고 있는 칼 칼은 언제나 도마 위에서 놀고 도마는 칼집투성이다 이 조합은 맞지 않아요 도마가 애원해도 여자는 늘 도마를 무시하고 칼은 여전히 버릇이 없다 어디서 굴러온 막돼먹은 칼을 여자는 애지중지 받는다 ​ ​ ​ 마경덕 시집 / 악어의 입속으로 들어가는 밤 ​ ​ 이재호 갤러리

거울의 습관 / 마경덕

그림 / 김광현 ​ ​ ​ ​ 거울의 습관 / 마경덕 ​ ​ ​ 주름 많은 여자가 주름치마를 입고 거울 앞에 서 있어요 ​ 얼굴을 마주하면 불편한 거울과 솔직해서 속상한 여자의 사이에 주름이 있습니다 ​ 한때 미모로 주름잡던 여자는 두 손으로 구겨진 얼굴을 펴고 거울은 한사코 나이를 고백합니다 수시로 양미간에 접힌 기분은 흔적으로 남았습니다 ​ 주름진 치마는 몇 살일까요 저 치마도 찡그린 표정입니다 ​ 치마는 주름 이전만 기억하고 얼굴은 왜 주름 이후만 기억하는 걸까요 ​ 거울처럼 매끈해지려는 여자는 굳어진 표정을 마사지로 수선 중입니다 ​ 접혀서 아름다운 건 커튼과 꽃잎, 프릴과 아코디언, 사막의 모래물결, 샤페이, 기다림을 꼽는 손가락.... ​ 거울이 겉주름을 보여줄 때 속주름은 더 깊어집니다 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