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아버지에관한시 3

가난한 아버지들의 동화 / 최금진

그림 / 강선아 가난한 아버지들의 동화 / 최금진 가난한 아버지는 가난한 아들을 사랑했습니다 학교 가는 아들 앞에 초라하지만 정성스럽게 상을 차렸습니다 하지만 아들은 가난이 싫었습니다 아버지가 싫었습니다 먹어! 어서 먹어! 안 먹어? 아버지는 가난한 자신이 부끄러워 화를 냈습니다 자신 앞에 누워있는 어리고 착한 가난의 뺨을 힘껏 때렸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가난의 배를 발로 걷어찼습니다 먹어! 어서 처먹어! 그 아들도 커서 똑같이 아버지가 되었습니다 아내는 이제 그를 사랑하지 않습니다 직장도 없는 그를 사랑하지 않습니다 툭하면 술 먹고 손버룻 나쁜 남편을 사랑하지 않습니다 뚝! 그쳐! 안 그쳐! 이런 식으로 울음을 달래는 가난한 가장을 아무도 아무도, 사랑하지 않습니다 최금진 시집 / 새들의 역사

아버지의 그늘 / 신경림

그림 / 원 효 준 ​ ​ ​ 아버지의 그늘 / 신경림 ​ ​ ​ 툭하면 아버지는 오밤중에 취해서 널브러진 색시를 업고 들어왔다. 어머니는 입을 꾹 다문 채 술국을 끓이고 ... 할머니는 집안이 망했다고 종주먹질을 해댔지만, 며칠이고 집에서 빠져나가지 않는 값싼 향수내가 나는 싫었다. 아버지는 종종 장바닥에서 품삯을 못 받은 광부들한테 멱살을 잡히기도 하고, 그들과 어울려 핫바지춤을 추기도 했다. 빚 받으러 와 사랑방에 죽치고 앉아 내게 술과 담배 심부름을 시키는 화약 장수도 있었다. ​ 아버지를 증오하면서 나는 자랐다. 아버지가 하는 일은 결코 하지 않겠노라고 이것이 내 평생의 좌우명이 되었다. 나는 빚을 질 일을 하지 않았다. 취한 색시를 업고 다니지 않았고, 노름으로 밤을 지새지 않았다. 아버지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