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에 새긴 그 이름 / 이 원 규 그대를 보낸 뒤 내내 노심초사하였다 행여 이승의 마지막일지도 몰라 그저 바람이 머리칼을 스치기만 해도 갈비뼈가 어긋나고 마른 갈잎이 흔들리며 그 잎으로 그대의 이름을 썼다 청둥오리 떼를 불러다 섬진강 산 그림자에 어리는 그 이름을 지우고 벽소령 달빛으로 다시 전서체의 그 이름을 썼다 별자리들마저 그대의 이름으로 슬그머니 자리를 바꿔 앉는 밤 화엄경을 보아도 잘 모르는 활자들 속에 슬쩍 그 이름을 끼워서 읽고 폭설의 실상사 앞 들녘을 걸으면 발자국, 발자국들이 모여 복숭아뼈에 새긴 그 이름을 그리고 있었다 길이라면 어차피 아니 갈 수 없는 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