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 / 정 호 승 사랑한다 / 정 호 승 밥그릇을 들고 길을 걷는다 목이 말라 손가락으로 강물 위에 사랑한다라고 쓰고 물을 마신다 갑자기 먹구름이 몰리고 몇날 며칠 장대비가 때린다 도도히 황톳물이 흐른다 제비꽃이 아파 고개를 숙인다 비가 그친 뒤 강둑 위에서 제비꽃이 고개를 들고 강물을 내려다 본다 젊은 송장 하나가 떠내려 오다가 사랑한다 내 글씨에 걸려 떠내려가지 못한다 정호승 시집 : 내가 사랑하는 사람 문학이야기/명시 2021.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