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수심 3

거미줄 / 이동호

그림 / 김경희 ​ ​ ​ ​ 거미줄 / 이동호 ​ ​ 누가 급하게 뛰어든 것처럼 내 방 벽 모서리에 동그랗게 파문 번진다 물속에 잠긴 것처럼 익숙한 것들이 낯설게 느껴진다 바깥의 누군가가 이 눅눅한 곳으로 나를 통째로 물수제비 뜬 것이 분명하다 곧 죽을 것처럼 호흡이 가빠왔다 삶의 밑바닥이 보이지 않았다 바닥으로 가라앉으면서 나는 나조차도 낯설게 느껴졌다 내가 잠든 사이 창을 통해 들어온 거미 덕분에, 내게도 수심이 생긴 것이다 ​ ​ ​ 이동호 시집 / 총잡이 ​ ​ ​ ​ ​ ​

바다와 나비 / 김 기 림​

그림 / 김 미 영 ​ ​ ​ 바다와 나비 / 김 기 림 ​ ​ 아무도 그에게 수심(水深)을 알려준 일이 없기에 흰 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청(靑)무우밭인가 해서 내려갔다가는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절어서 공주(公主)처럼 지쳐서 돌아온다. 삼월(三月)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않아서 서글픈 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생달이 시리다. ​ ​ ​ 김기림 시선집 / 바다와 나비 (작가와 비평)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