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피자 (동시) / 이 효 하늘 피자 (동시) / 이 효 친구에게 보낸 하늘 피자 한 조각 도토리 잎으로 만든 상자 빨간 리본 대신 도토리 방울 달았다 톡톡톡 이슬방울 눌렀더니 구름 택배 아저씨 솔방울 바퀴 달려온다 다람쥐가 알려달라는 주소 참 좋군, 내 마음도 너랑 같이 있으면, 세상 어떠리 하늘 피자, 한 조각 친구네 집 부엌 창가에 맛난 미소로 걸어 놓았다 카테고리 없음 2023.09.01
리기다소나무 / 정 호 승 그림 / 송 춘 희 리기다소나무 / 정 호 승 당신을 처음 만났을 때 당신은 한 그루 리기다소나무 같았지요 푸른 리기다소나무 가지 사이로 얼핏얼핏 보이던 바다의 눈부신 물결 같았지요 당신을 처음 만나자마자 당신의 가장 아름다운 솔방울이 되길 원했지요 보다 바다 쪽으로 뻗어나간 솔가지가 되어 가장 부드러운 솔잎이 되길 원했지요 당신을 처음 만나고 나는 비로서 혼자서는 아름다울 수 없다는 걸 알았지요 사랑한다는 것이 아름다운 것인 줄 알았지요 정호승 시집 / 너를 사랑해서 미안하다 문학이야기/명시 2021.09.25
눈물의 중력 / 신 철 규 그림 / 타니아 말모레호 눈물의 중력 / 신 철 규 십자가는 높은 곳에 있고 밤은 달을 거대한 숟가락으로 파먹는다 한 사람이 엎드려서 울고 있다 눈물이 땅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막으려고 흐르는 눈물을 두 손으로 받고 있다 문득 뒤돌아보는 자의 얼굴이 하얗게 굳어갈 때 바닥 모를 슬픔이 눈부셔서 온몸이 허물어질 때 어떤 눈물은 너무 무거워서 엎드려 울 수밖에 없다 눈을 감으면 물에 불은 나무토막 하나가 눈 속을 떠다닌다 신이 그의 등에 걸터앉아 있기라도 하듯 그의 허리는 펴지지 않는다 못 박힐 손과 발을 몸안으로 말아넣고 그는 돌처럼 단단한 눈물방울이 되어간다 밤은, 달이 뿔이 될 때까지 숟가락질을 멈추지 않는다 시집 /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 문학이야기/명시 2021.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