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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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 정 현 종

그림 / 김 경 희 ​ ​ ​ ​ ​ 섬 / 정 현 종 ​ ​ ​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 가난은 가난한 사람을 울리지 않는다 가난하다는 것은 가난하지 않은 사람보다 오직 한 웅큼만 덜 가졌다는 뜻이므로 늘 가슴 한쪽이 비어있다 ​ 거기에 사랑을 채울 자리를 마련해 두었으므로 사랑하는 이들은 가난을 두려워 하지 않는다. ​ ​ ​ ​ ​ 정현종 시인, 소설가 *1939년 서울 출생 *연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 *'현대문학' 등단 *시집: '사물의 꿈', '나는 별 아저씨',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 '한 꽃송이', '세상의 나무들', '갈증이며 샘물인', '견딜 수 없네' 등 *시선집 : '고통의 축제',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이슬' 등 ..

섬이 되어 보내는 편지 / 허 수 경

​ Tiage Bandeira / Unsplash 섬이 되어 보내는 편지 / 허 수 경 ​ 나는 내 섬에서 아주 오래 살았다 그대들은 이제 그대들의 섬으로 들어간다 ​ 나의 고독이란 그대들이 없어서 생긴 것은 아니다 다만 나여서 나의 고독이다 그대들의 고독 역시 그러하다 ​ 고독은 나쁜 것도 좋은 것도 아니지만 기필코 우리를 죽이는 살인자인 것은 사실이다 ​ 그 섬으로 들어갈 때 그대들의 챙긴 물건은 그 섬으로 들어갈 때 내가 챙긴 물건과 비슷하지만 단 하나 다른 것쯤은 있을 것이다 ​ 내가 챙긴 사랑의 편지가 그대들이 챙긴 사랑의 편지와 빛이 다른 것 ​ 그 차이가 누구는 빛의 차이라고 하겠지만 사실은 세기의 차이다 태양과 그림자의 차이다 이것이 고독이다 ​ 섬에서 그대들은 나에게 아무 기별도 넣지 않..

바닷가에서 / 오세영

​ 바닷가에서 / 오세영 ​ 사는 길이 높고 가파르거든 바닷가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보아라 아래로 아래로 흐르는 물이 하나 되어 가득히 차오르는 수평선 스스로 자신을 낮추는 자가 얻는 평안이 거기 있다 ​ 사는 길이 어둡고 막막하거든 바닷가 아득히 지는 일몰을 보아라 어둠 속에서 어둠 속으로 고이는 빛이 마침내 밝히는 여명 스스로 자신을 포기하는 자가 얻는 충족이 거기있다 ​ 사는 길이 슬프고 외롭거든 바닷가 가물가물 멀리 떠 있는 섬을 보아라 홀로 견디는 것은 순결한 것 멀리 있는 것은 아름다운 것 스스로 자신을 감내하는 자의 의지가 거기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