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서산 3

얘야, 고삐를 놓아라

그림 / 이연숙 얘야, 고삐를 놓아라 소들이 풀을 뜯는다 서산에 떨어지는 붉은 혓바닥 소꼬리 끝에서 일렁이는 구름들 붉은 노을에 놀란 소 일 획을 그으며 언덕을 내달린다 소는 아버지의 유일한 재산 소년은 끈을 놓치지 않으려고 발바닥 맨땅에 끌려간다 바지 구멍에 흐르는 핏빛 멀리서 들리는 떨리는 음성 얘야, 고삐를 놓아라 그래야 산다 명퇴, 힘들면 아이들 데리고 집으로 들어와라 이효 시집 / 당신의 숨 한 번

할미꽃과 어머니의 노을 / 최 효 열

그림 : 박 인 선 ​ ​ 할미꽃과 어머니의 노을 / 최 효 열 ​ ​ 어머니는 살아서도 할미꽃, 굽어진 등 너머 팔순세월 마디마디 새겨진 사연 아버지 무덤에서 핀다 당신을 여의고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 감내하며 살아 온 길, 미운 정 고운 정 곱씹으며 푸념 담아 당신에게 올리는 잔 추억으로 피는 그리움이라고, 사랑이라고 살아서도 할미꽃으로 핀다 변화하는 세월 저 깊은 곳에 담겨진 보릿고개보다 외로움을 삭히셨을 눈물로 보낸 세월이 소리 없는 아픔으로 가득한데 산새 사랑가 오리나무에 걸터앉아 울고 오던 길 더듬는 어머니 머리위로 이는 붉은 노을이, 서산으로 어머니의 노을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