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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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있으면 좋은 사람 ᆞ1 / 용 혜 원

그림 / 강 풀 ​ ​ ​ ​ 함께 있으면 좋은 사람 ᆞ1 / 용 혜 원 ​ ​ ​ ​ 그대를 만나던 날 느낌이 참 좋았습니다 ​ 착한 눈빛, 해맑은 웃음 한마디, 한마디의 말에도 따뜻한 배려가 있어 잠시 동안 함께 있었는데 오래 사귄 친구처럼 마음이 편안했습니다 ​ 내가 하는 말들을 웃는 얼굴로 잘 들어주고 어떤 격식이나 체면 차림 없이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솔직하고 담백함이 참으로 좋았습니다 ​ 그대가 내 마음을 읽어주는 것만 같아 둥지를 잃은 새가 새 둥지를 찾은 것만 같았습니다 짧은 만남이지만 기쁘고 즐거웠습니다 오랜만에 마음을 함께 맞추고 싶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 마치 사랑하는 사람에게 장미꽃 한 다발을 받은 것보다 더 행복했습니다 ​ 그대와 함께 있으면 있을수록 더 좋은 사람입니다 ​ ​ ​..

네가 좋다 참말로 좋다 / 용 혜 원

그림 / 김 정 수 ​ ​ ​ ​ 네가 좋다 참말로 좋다 / 용 혜 원 ​ ​ ​ 네가 좋다 참말로 좋다 이 넓디넓은 세상 널 만나지 않았다면 마른나무 가지에 앉아 홀로 울고 있는 새처럼 외로웠을 것이다 ​ 너를 사랑하는데 너를 좋아하는데 내 마음은 꽁꽁 얼어버린 것만 같아 사랑을 다 표현할 수 없으니 속 타는 마음을 어찌하나 ​ 모든 계절은 지나가도 또다시 돌아와 그 시절 그대로 꽃피어나는데 우리들의 삶은 흘러가면 다시는 되돌아올 수 없어 사랑을 하고픈 걸 어이하나 ​ 내 마음을 다 표현하면 지나칠까 두렵고 내 마음을 다 표현 못하면 떠나가 버릴까 두렵다 ​ 나는 네가 좋다 참말로 좋다 네가 좋아서 참말로 좋아서 사랑만 하고 싶다 ​ ​ ​ ​ 용혜원 시집 / 지금은 사랑하기에 가장 좋은 계절 ​ ​ ..

국화 차를 달이며 / 문 성 해

그림 / 국중길 ​ ​ ​ ​ ​ 국화 차를 달이며 / 문 성 해 ​ ​ ​ 국화 우러난 물을 마시고 나는 비로소 사람이 된다 나는 앞으로도 도저히 이런 맛과 향기의 꽃처럼은 아니 될 것 같고 또 동구 밖 젖어드는 어둠 향해 저리 컴컴히 짖는 개도 아니 될 것 같고 ​ 나는 그저 꽃잎이 물에 불어서 우러난 해를 마시고 새를 마시고 나비를 모시는 사람이니 ​ 긴 장마 속에 국화가 흘리는 빗물을 다 받아 모시는 땅처럼 저녁 기도를 위해 가는 향을 피우는 사제처럼 텅텅 울리는 긴 복도처럼 고요하고도 깊은 가슴이니 ​ ​ ​ ​ *영남대 국문과 졸업 *1998년 매일 신문 신춘문예 *200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 ​ ​ ​

누구에게라도 미리 묻지 않는다면 / 문 태 준

그림 : 신 은 봉 ​ ​ 누구에게라도 미리 묻지 않는다면 / 문 태 준 ​ ​ 나는 스케치북에 새를 그리고 있네 나는 긴 나뭇가지를 그려넣어 새를 앉히고 싶네 수다스런 덤불을 스케치북 속으로 옮겨 심고 싶네 그러나 새는 훨씬 활동적이어서 높은 하늘을 더 사랑할지 모르지 새의 의중을 물어보기로 했네 새의 답변을 기다려보기로 했네 나는 새의 언어로 새에게 자세히 물어 새의 뜻대로 배경을 만들어가기로 했네 새에게 미리 묻지 않는다면 새는 완성된 그림을 바꿔달라고 스케치북 속에서 첫울음을 울기 시작하겠지 ​ ​ 문태주 시집 : 우리들의 마지막 얼굴 ​

나의 새 / 유 승 도

장 용 길 ​ ​ 나의 새 / 유 승 도 ​ 내가 인간세계에서 승도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듯이 새의 세계에서 새들이 너를 부르는 이름을 알고 싶다 새들이 너를 부르듯 나도 너만의 이름을 부르고 싶다 ​ 오래도록 마음의 문을 닫고 세상을 멀리하며 나는 살았왔다 아침이야 아침이야 네가 햇살보다 먼저 찾아와 창문 앞에서 너를 불러 아침을 안겨주었듯 저기 저 산, 네가 사는 숲에 들어가 나도 너의 둥지 옆에서 너의 이름을 불러, 막 잠에서 깬 너의 눈이 나를 보는 것을 보고 싶다 그때 너는 놀라며 나의 이름을 부르겠지 ~~ 승도야 ​ ​ ​ 출처 :포엠 서천 유승도 시인 1960년 충남 서천 출생 1995년 신인 문학상 당선 시집 : 산에 사는 사람은 산이되고 외 다수 ​

나무 한 그루 / 이 효 (자작 시)

그림 : 최 선 옥 ​ ​ 나무 한 그루 / 이 효 ​ 팔순 노모 새 다리 닮은 다리로 절뚝거리며 걷는다 저 다리로 어찌 자식들 업고 찬 강물을 건넜을까 ​ 찬바람 부는 날 아버지 닮은 나무 옆에 앉는다 영감 나도 이제 당신 곁으로 가야겠소 나무는 대답이 없다 ​ 텅 빈 공원에 쪼그만 새를 닮은 어머니 훌쩍 어디론가 날아갈까 봐 내 가슴에 푸른 나무 한 그루 부지런히 눈물로 키운다. ​ 눈에는 붉은 산이 들어앉아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