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산책길 3

미련한 곰 (자작 시)

​ 미련한 곰 / 이 효 ​ 아침 산책길 나무 아래 널브러진 잣 껍질 사람들 발에 밟힌다 울음소리 등이 휜다 ​ 그 많던 잣은 어디로 갔을까? 텅 빈 잣 껍질 속 마른 새 울음소리 들린다 ​ 자식들 대학 간다고 전깃줄에 달 매달아 놓고 검정 눈알 하나씩 빼주었다 ​ 늦은 밤 가계부에 붉은 백일홍 만개한다 돋보기 머리 위에 올려놓고 노망이 따로 없다 ​ 자식들은 알려나 남보다 한발 앞서라고 눈알이란 눈알 모두 빼주었는데~ ​ 수십 개의 눈알 옷에 달고도 길이 안 보인다 한다. 남은 껍질이라도 태워 길을 밝혀주어야 하나? ​ 세상 제일 미련한 동물이 노년에 동물원에 갇혔다 길을 잃어버렸다 ​ 동물원 팻말에 원산지는 미련한 곰이라 쓰여있다. ​

우측통행

​ 우측통행 / 이 효 ​ 아침 산책길 노란 선이 그어졌다 우측통행 글자가 소복을 입고 누었다 ​ 차도 다니지 않는 길 서로 손잡고 걷던 길 넘어오지 말란다 건너편 무궁화 꽃도 볼 수 없다 ​ 마음에도 선이 그어졌다 전국은 선 긋기 열풍 내일은 또 무슨 선이 그어질까? ​ 정의는 반듯한 것이라 배웠다 선이 밤마다 꿈틀거린다 날이 밝으니 선 가르기가 편가르기가 되었다 ​ 나는 우측통행 너는 좌측통행

가족

더위를 피해서 이른 아침나선 산책 길 개천에서 만난 오리 가족, 정답게 모여사네. 유리같이 맑은 물에 푸드덕 거리는 모습 ~~ 너무 귀여워 대장 오리 따라서 어디로 가는걸까? 밥먹듯 이혼하는 세상에 부부가 다정도 해라. 아침부터 험한 세상에서 낙오될까 고강도 훈련시키는 아빠 오리~ 얘들아 힘내라. 더더 더 빨리 ~~ 인생 낙오자 될껴 더더 더 빨리 ~~ 앞으로 돌진 에공 ~~ 너무 힘들어, 아빠 몰래 도망가자. 형님들 아우도 델꼬 가요. 빨리빨리~~ 달아나자, 다리에 땀난다. 아이들은 모두 가출해 버렸다. 요것들 봐라, 아빠의 뜨거운 맛을 보여주겠다. 여봉! 살살해야지용, 요즘 세상에 아이들을 스파르타식으로 교육하면 어떡해요. 부인이 그렇게 물러터지게 교육하고, 감싸기만 하니 얘들이 저 모양 저 꼴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