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사랑 30

두렵지만 머물고 싶은 시간 / 은 시 영

그림 / 박 종 식 ​ ​ ​ ​ 두렵지만 머물고 싶은 시간 / 은 시 영 ​ ​ ​ 두렵지만 머물고 싶은 시간 그건 사랑의 시간이었다. ​ 바람은 언제나 나에게 속삭임으로 진실을 말해줬지만 ​ 나는 바람의 진실을 듣지 않았다. ​ 그리고는 또 이렇게 아픈 시간들이 나를 지나간다. ​ 나의 눈물은 시가 되고 시는 그대가 되어 다시 내 안에 머문다. ​ 그리고 눈물 가득한 나에게 바람은 다시 속삭여준다. ​ 눈물, 그것은 아무나 흘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 늦은 것도 같지만 이번 바람의 위로를 나는 놓치기 싫었다. ​ ​ ​ ​ ​ ( 신춘문예 당선작 / 2021, 경인일보 ) ​ ​ ​

네가 좋다 참말로 좋다 / 용 혜 원

그림 / 김 정 수 ​ ​ ​ ​ 네가 좋다 참말로 좋다 / 용 혜 원 ​ ​ ​ 네가 좋다 참말로 좋다 이 넓디넓은 세상 널 만나지 않았다면 마른나무 가지에 앉아 홀로 울고 있는 새처럼 외로웠을 것이다 ​ 너를 사랑하는데 너를 좋아하는데 내 마음은 꽁꽁 얼어버린 것만 같아 사랑을 다 표현할 수 없으니 속 타는 마음을 어찌하나 ​ 모든 계절은 지나가도 또다시 돌아와 그 시절 그대로 꽃피어나는데 우리들의 삶은 흘러가면 다시는 되돌아올 수 없어 사랑을 하고픈 걸 어이하나 ​ 내 마음을 다 표현하면 지나칠까 두렵고 내 마음을 다 표현 못하면 떠나가 버릴까 두렵다 ​ 나는 네가 좋다 참말로 좋다 네가 좋아서 참말로 좋아서 사랑만 하고 싶다 ​ ​ ​ ​ 용혜원 시집 / 지금은 사랑하기에 가장 좋은 계절 ​ ​ ..

꽃의 이유 / 마 종 기

그림 / 박 송 연 ​ ​ ​ ​ 꽃의 이유 / 마 종 기 ​ ​ 꽃이 피는 이유를 전에는 몰랐다 꽃이 필 적마다 꽃나무 전체가 작게 떠는 것도 몰랐다 ​ 사랑해 본 적이 있는가 누가 물어보면 어쩔까 ​ 꽃이 지는 이유는 전에는 몰랐다 꽃이 질 적마다 나무 주위에는 잠에서 깨어나는 물 젖은 바람소리 ​ ​ ​ ​ ​ *1939년 일본 출생 *서울대 대학원 졸업 *1959년 현대문학 시 등단 *시집 *수상경력 -한국문학 작가상 -편운 문학상 -이산 문학상 -동서 문학상 ​ ​ ​ ​ ​

푸른 밤 / 나 희 덕

그림 / 드미트리 홀린 (러시아) ​ ​ ​ 푸른 밤 / 나 희 덕 ​ ​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 ​ 까마득한 밤길을 혼자 걸어갈 때에도 내 응시에 날아간 별은 네 머리 위에서 반짝였을 것이고 ​ 내 한숨과 입김에 꽃들은 네게로 몸을 기울여 흔들렸을 것이다 ​ 사랑에서 치욕으로, 다시 치욕에서 사랑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네게로 드리웠던 두레박 ​ 그러나 매양 퍼올린 것은 수만 갈래의 길이었을 따름이다 ​ 은하수의 한 별이 또 하나의 별을 찾아가는 그 수만의 길을 나는 걷고 있는 것이다 ​ 나의 생애는 모든 지름길을 돌아서 네게로 난 단 하나의 에움길이었다 ​ ​ 김용택 시집 /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 ​ ​ ​ ​

섬 / 정 현 종

그림 / 김 경 희 ​ ​ ​ ​ ​ 섬 / 정 현 종 ​ ​ ​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 가난은 가난한 사람을 울리지 않는다 가난하다는 것은 가난하지 않은 사람보다 오직 한 웅큼만 덜 가졌다는 뜻이므로 늘 가슴 한쪽이 비어있다 ​ 거기에 사랑을 채울 자리를 마련해 두었으므로 사랑하는 이들은 가난을 두려워 하지 않는다. ​ ​ ​ ​ ​ 정현종 시인, 소설가 *1939년 서울 출생 *연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 *'현대문학' 등단 *시집: '사물의 꿈', '나는 별 아저씨',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 '한 꽃송이', '세상의 나무들', '갈증이며 샘물인', '견딜 수 없네' 등 *시선집 : '고통의 축제',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이슬' 등 ..

사랑이 올 때 / 나 태 주

그림 / 염 복 순 ​ ​ ​ 사랑이 올 때 / 나 태 주 ​ ​ 가까이 있을 때보다 멀리 있을 때 자주 그의 눈빛을 느끼고 ​ 아주 멀리 헤어져 있을 때 그의 숨소리까지 듣게 된다면 분명히 당신은 그를 사랑하기 시작한 것이다 ​ 의심하지 말아라 부끄러워 숨기지 말아라 사랑은 바로 그렇게 오는 것이다 ​ 고개 돌리고 눈을 감았음에도 불구하고. ​ ​ ​ 시집 / 나태주 대표 시선집 ​ ​ ​

참말로 사랑은 / 나 태 주

그림 / 권선희 ​ ​ ​ 참말로 사랑은 / 나 태 주 ​ ​ ​ 참말로 사랑은 그에게 자유를 주는 일입니다 나를 사랑할 수 있는 자유와 나를 미워할 수 있는 자유를 한꺼번에 주는 일입니다 참말로의 사랑은 역시 그에게 자유를 주는 일입니다 나에게 머물 수 있는 자유와 나를 떠날 수 있는 자유를 동시에 따지지 않고 주는 일입니다 바라만 보다가 반쯤만 눈을 뜨고 바라만 보다가. ​ ​ ​ 나태주 시집 / 가장 예쁜 생각을 너에게 주고 싶다 ​ ​ ​ ​

비를 좋아하는 사람은 / 조 병 화

그림 / 데스 브로피 ( Des Brophy ) ​ ​ 비를 좋아하는 사람은 / 조 병 화 ​ ​ 비를 좋아하는 사람은 과거가 있단다 슬프고도 아름다운 사랑의 과거가... ​ 비가오는 거리를 혼자 걸으면서 무언가 생각할 줄 모르는 사람은 사랑을 모르는 사람이란다. ​ 낙엽이 떨어져 뒹구는 거리에 한 줄의 시를 띄우지 못하는 사람은 애인이 없는 사람이란다. ​ 함박눈 내리는 밤에 혼자 앉아 있으면서도 꼭 닫힌 창문으로 눈이 가지 않는 사람은 사랑의 덫을 모르는 가엾는 사람이란다. ​ ​ 시집 / 비를 좋아하는 사람은 ​ ​ ​

오월을 떠나보내며   / 목 필 균

오월을 떠나보내며 / 목 필 균 다시 돌아오지 못할 또 하나의 오월을 떠나 보내며 향기로웠다 노래하지 못하겠다. 다시 만나지 못할 또 한 번의 오월을 흘려보내며 따뜻했다 말하지 못하겠다. 울타리 장미 짙은 입술로도 손짓하지 못한 그리움 아카시아 흐드러진 향기로도 답하지 못한 사랑 뒤돌아 밟아보지 못한 가지 못한 길에 대한 아쉬움 무심한 구름으로 흘러 5월의 마지막 햇살이 지는 서쪽 하늘을 배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