病 / 기 형 도 그림 / 안 호 범 病 / 기 형 도 내 얼굴이 한 폭 낯선 풍경화로 보이기 시작한 이후, 나는 主語를 잃고 헤매이는 가지 잘린 늙은 나무가 되었다. 가끔씩 숨이 턱턱 막히는 어둠에 체해 반 토막 영혼을 뒤틀어 눈을 뜨면 잔인하게 죽어간 붉은 세월이 곱게 접혀 있는 단단한 몸통 위에, 사람아, 사람아 단풍든다. 아아, 노랗게 단풍든다. 기형도 시집 / 입 속의 검은 잎 문학이야기/명시 2022.01.25
병 (病) / 기형도 병(病) / 기형도 내 얼굴이 한 폭 낯선 풍경화로 보이기 시작한 이후, 나는 주어를 잃고 헤매이는 가지 잘린 늙은 나무가 되었다. 가끔씩 숨이 턱턱 막히는 어둠에 체해 반 토막 영혼을 뒤틀어 눈을 뜨면 잔인하게 죽어간 붉은 세월이 곱게 접혀 있는 단단한 몸통 위에, 사람아, 사람아 단풍든다. 아아, 노랗게 단풍든다. *기형도 시인 1960년 경기도 연평에서 출생 연세대학교 정외과졸업 8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89년 3월 타계 시집 , 처음이자 마지막 시집 카테고리 없음 2020.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