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박혜숙그림 3

​졸업사진 / 마경덕

그림 / 박혜숙 ​ ​ ​ ​ 졸업사진 / 마경덕 ​ ​ ​ 운동장에 모인 우리들 층층이 나무의자를 쌓고 줄을 맞추고 키 작은 나는 맨 앞줄 가운데 앉았다 얌전히 두 손을 무릎에 얹고 ​ 사진사가 사진을 찍으려는 찰나, 선생님이 내 이름을 불렀다 ​ 고무신을 신었으니 뒤로 가라고, ​ 운동화 신은 키 큰 아이를 불러서 내 자리에 앉혔다 ​ 초등학교 앨범을 펼쳐도 맨 뒷줄 내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 까치발로 서 있던 부끄러운 그 시간이 흑백사진 속 어딘가에 숨어있다 ​ ​ ​ ​ 마경덕 시집 / 악어의 입속으로 들어가는 밤 ​ ​ ​

실패의 힘 / 천양희

그림 / 박혜숙 ​ ​ ​ ​ 실패의 힘 / 천양희 ​ ​ ​ 내가 살아질 때까지 아니다 내가 사라질 때까지 나는 애매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 비가 그칠 때까지 철저히 혼자였으므로 나는 홀로 우월했으면 좋겠다 ​ 지상에는 나라는 아픈 신발이 아직도 걸어가고 있으면 좋겠다 오래된 실패의 힘으로 그 힘으로 ​ ​ ​ ​ 천양희 시집 / 새벽에 생각하다 ​ ​ ​ ​ ​ 이재호 갤러리

까닭 / 나태주

그림 / 박혜숙 ​ ​ ​ 까닭 / 나태주 ​ ​ ​ 꽃을 보면 아, 예쁜 꽃도 있구나! 발길 멈추어 바라본다 때로는 넋을 놓기도 한다 ​ 고운 새소리 들리면 어, 어디서 나는 소린가? 귀를 세우며 서 있는다 때로는 황홀하기까지 하다 ​ 하물며 네가 내 앞에 있음에야! ​ 너는 그 어떤 세상의 꽃보다도 예쁜 꽃이다 너의 음성은 그 어떤 세상의 새소리보다도 고운 음악이다 ​ 너를 세상에 있게 한 신에게 감사하는 까닭이다. ​ ​ ​ ​ ​ 시집 / 나태주 대표 시선집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