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가 일어서다 / 김은수 그림 / 김예순 고래가 일어서다 / 김은수 일상이 싱거워졌다. 바람 부는 날 바다는 고래가 된다 태풍이 불면 힘차게 일어서는 고래 수평선 넘어 잊었던 기억 등에 지고 성큼 타가서는 맷집에 모래사장은 오줌을 지리고 있다 고래가 날 세워 호통친다 바람을 맞잡고 일어서는 거품들 헤진 옷깃 깊숙이 젖어든다 순간 짠맛에 길들여진 고래 뱃속에서 일상이 속속 숨죽이며 벌떡 일어섰다. 2020 인사동 시인들 14호 문학이야기/명시 2022.06.13
바람의 시간들 / 이규리 그림 / 안 효 숙 바람의 시간들 / 이규리 종일 바람 부는 날, 밖을 보면 누군가 떠나고 있는 것 같다 바람을 위해 허공은 가지를 빌려주었을까 그 바람, 밖에서 부는데 왜 늘 안이 흔들리는지 종일 바람을 보면 간간이 말 건너 말을 한다 밖으로 나와, 어서 나와 안이 더 위험한 곳이야 하염없이 때때로 덧없이 떠나보내는 일도 익숙한 그것이 바람만의 일일까 이별의 경험이 이별을 견디게 해주었으니 바람은 다시 바람으로 오리라 종일 바람 부는 날, 밖을 보면 나무가 나무를 밀고 바람이 바람을 다 밀고 이규리 시집 / 이럴 땐 쓸쓸해도 돼 문학이야기/명시 2021.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