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오후에 / 이 효 그림 : 김 정 수 늦은 오후에 / 이 효 수국의 환한 미소를 꺾어 유리잔에 꽂아 놓았다 내 사랑을 저울에 올려보니 눈금이 울고 있다 마음에 이름을 담아 너를 안아보았지만 은빛 물결처럼 얇은 내 마음 투명 유리잔에 비친다 창틈으로 들어오는 빛 붉은 수국은 몸을 기댄다 미소를 꺾어버린 나는 종일 네 그림자 곁을 맴돈다 환한 미소는 초록 날개를 달아줄 때 더욱 곱게 피어오른다는 것을 너무 늦은 오후에 알았다 문학이야기/자작시 2021.04.21
비가 내렸어 / 이 효 친구 생일이래 꽃다발을 주었지 친구는 늘 웃고 있어 그림엽서를 그려주었어 글씨는 없어 사과나무처럼 살라고 해바라기처럼 살라고 늙어서는 모여살자고 했어 두 손잡고 끝까지 같이 가는 거야 문학이야기/자작시 2020.11.18
하늘 피자 (자작 시) 하늘 피자 / 이 효 친구에게 하늘 한 조각 보낸다. 도토리 잎으로 만든 상자 강아지풀 끈 묶었다 빨간 리본 대신 도토리 방울 달았다 톡톡톡 이슬방울 눌렀더니 구름 택배 아저씨 솔방울 바퀴 달고 오신다 주소 알려 달란다 도, 군, 면, 리.. 기억을 흔든다 내 마음도, 참 좋군, 너랑 마음만 같으면, 세상 어떠리 하늘 피자 한 조각 멀리 친구네 집 부엌 창가에 맛난 미소로 걸어논다 문학이야기/자작시 2020.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