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동백꽃 4

선운사 / 민병도

그림 / 송태관 선운사 / 민병도 때늦은 꽃맞이에 대웅전이 헛간이네 부처 보기 만망한 시자侍者 마저 꽃구경 가고 절 마당 홀로 뒹구는 오금저린 풍경소리 무시로 생목 꺾어 투신하는 동백꽃 앞에 너도나도 돌아앉아 왁자하던 말을 버리네 짓다 만 바람 집 한 채 그마저도 버리네 비루한 과거 따윈 더 이상 묻지도 않네 저마다 집을 떠나 그리움에 닿을 동안 오던 길 돌려보내고 나도 잠시 헛간이네 경북 청도 출생. 1976년신춘문예 등단. 시집 등 22권이 있음. 계간발행인(사)국제 시조 협회 이사장.

신지도 / 이 효

그림 / 김 건 순 ​ ​ ​ 신지도 / 이 효 더위를 업고 달려간 신지도 수평선 위 작은 섬 하나 거울 앞에 홀로 선 내 모습 같구나 뜨거운 여름, 또 다른 섬 하나 두 다리를 오므리고 누운 모습 생명을 품은 여인의 신비한 몸 같구나 볼록한 섬이 갈라지더니 해가 오른다 얼마나 간절히 소망했던 생명인가 섬이 터트린 양수는 남해를 가득 채운다 철썩거리는 분침 소리 섬은 새벽 진통을 마치고 고요하다 하늘 자궁문이 열린 자리에는 수만 송이의 동백꽃이 피어오른다 고통의 주머니에서 꺼낸 한여름의 꿈이 화안하다 ​ ​ ​

제주도 형제 이야기 (카페 P)

​ 핸드폰 소리가 요란하다. "여보세요. 도경아 무슨 일이야?" 여고시절 서클 후배 목소리다. "언니 그렇게 제주도 구경 같이 가자고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언니는 못 간다고 했지. 나 혼자 다녀왔어. 언니 제주도에 가서 내가 맛있는 파스타와 커피를 함께 맛볼 수 있는 멋진 집을 찾아 놓았어. 전복 구이 스파게티를 먹었는데 맛이 기가 막혀. 분위기도 좋고~~ 코로나 잠잠해지면 꼭 같이 가보자. 후배는 제주도 여행 후기를 늘어놓았다. ​ 식사를 마치고 거피를 마시면서 카페 주인장하고 이야기를 나누었어. 옛날 우리 초등학교 다닐 때 교과서에 의좋은 형제 이야기 나왔지. 카페 주인장이 바로 그런 주인공들이야 우애가 남다른 두 형제 서울에서 각자 직장 생활하다가 제주도가 좋아서 내려왔데 아예 그곳에서 터를 잡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