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눈발 2

겨울 자연 / 이근배

그림 / 소순희 겨울 자연 / 이근배 나의 자정에도 너는 깨어서 운다 산은 이제 들처럼 낮아지고 들은 끝없는 눈발 속을 헤맨다 나의 풀과 나무는 어디 갔느냐 해체되지 않은 영원 떠다니는 꿈은 어디에 살아서 나의 자정을 부르느냐 따순 피로 돌던 사랑 하나가 광막한 자연이 되기까지는 자연이 되어 나를 부르기까지는 너의 무광의 죽음 구름이거나 그 이전의 쓸쓸한 유폐 허나 세상을 깨우고 있는 꿈속에서도 들리는 저 소리는 산이 산이 아닌, 들이 들이 아닌 모두가 다시 태어난 것 같은 기쁨 같은 울음이 달려드는 것이다. *대한민국예술원 회장 역임 *경향, 서울, 조선, 동아, 한국일보 신춘문예 5관왕 *시집 외

장미역 4번 출구

그림 : 김 정 수 장미 역 4번 출구 / 이 효 울음이 검은 잎 뒤로 숨을 때 친구의 붉은 장미꽃 한 바구니 정오 같은 미소로 겹겹이 내게로 왔다 지난밤 꿈에서 길을 잃은 내게 장미의 환한 미소는 하늘처럼 열렸다 가랑잎 한 장처럼 떨고 있는 내게 장미 꽃잎으로 징검다리 놓아 주었다 세상이 마지막 남은 사랑을 빼앗아가 절망 가운데 무너질 때 장미꽃은 별처럼 나를 위로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공포가 절벽처럼 크게 느껴질 때 눈에서는 붉은 눈물도 마르더라 내 무너지는 마음을 가시로 찔러 주었지 정신 차리라 했다 모질게 살라 했다 친구는 내게 장미 역 4번 출구를 열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