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꽃밭 3

엄마의 꽃밭 / 김 광 희( 2021 신춘문예 조선일보 / 동시 )

그림 / 김 광 해​ ​ ​ ​ 엄마의 꽃밭 / 김 광 희 ( 2021 신춘문예 조선일보 / 동시 ) 종일 튀김솥 앞에 서서 오징어 감자 튀기는 엄마 밤늦게 팔에다 생감자 발라요. 그거 왜 발라? 예뻐지려고 웃으며 돌아앉아요. 얼마나 예뻐졌을까 곤히 잠든 엄마 팔 걷어 봐요. 양팔에 피어 있는 크고 작은 꽃들 튀김기름 튄 자리마다 맨드라미, 봉숭아, 채송화. 동생과 나를 키운 엄마의 꽃밭 팔뚝에 가만히 얼굴을 묻으면 아릿한 꽃향기에 눈이 촉촉해져요. ​ ​ ​ * 1957년 경주 출생 한국 방송 통신대 국어국문과 졸업 * 2006 신춘문예 시 당선 * 2016 신춘문예 시조 당선 ​ ​ ​ ​

개혁 / 권 영 하 <신춘문예 당선 시>

​ 개혁 / 권 영 하 ​ ​ 도배를 하면서 생각해보았다 언제나 그랬지만 낡은 벽은 기존의 벽에 악착같이 달라붙어 진액을 빨아 버짐으로 자랐다 벽지를 그 위에 새로 바를 수도 없었다 낡고 얼룩진 벽일수록 수리가 필요했고 장판 밑에는 곰팡이꽃이 만발발했다 합지보다 실크 벽지를 제거하는 것이 더 힘들고 시간도 많이 들었다 그렇다고 이사하거나 집을 새로 지을 수도 없었기에 낡은 벽을 살살 뜯어내고 새 벽지를 재단해 잘 붙였야 했다 습기는 말리고 울퉁불퉁한 곳에 초배지를 발랐다 못자국과 흔적은 남아있었지만 잘 고른 벽지는 벽과 천장에서 환하게 뿌리를 내렸다 온몸에 풀을 발라 애면글면 올랐기에 때 묻고 해진 곳은 꽃밭이 되었다 갈무리로 구석에 무늬를 맞추었더니 날개 다친 나비도 날아올랐다 방안이 보송보송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