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꽃들 2

비밀의 화원 / 김 소 연

그림 / 서 순 태 ​ ​ ​ ​ ​ ​ 비밀의 화원 / 김 소 연 ​ ​ ​ 겨울의 혹독함을 잊는 것은 꽃들의 특기, 두말없이 피었다가 진다 ​ 꽃들을 향해 지난 침묵을 탓하는 이는 없다 ​ 못난 사람들이 못난 걱정 앞세우는 못난 계절의 모난 시간 ​ 추레한 맨발을 풀밭 위에 꺼내 놓았을 때 추레한 신발은 꽃병이 되었다 ​ 자기 모습을 상상하는 것은 꽃들의 특기, 하염없이 교태에 골몰한다 ​ 나는 가까스로 침묵한다 지나왔던 지난한 사랑이 잠시 머물렀다 떠날 수 있게 ​ 우리에게 똑같은 냄새가 났다 자가밭이 요란한 소리를 냈다 ​ ​ ​ ​ 김소연 시집 / 수학자의 아침 ​ ​ ​ ​ ​

푸른 밤 / 나 희 덕

그림 / 드미트리 홀린 (러시아) ​ ​ ​ 푸른 밤 / 나 희 덕 ​ ​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 ​ 까마득한 밤길을 혼자 걸어갈 때에도 내 응시에 날아간 별은 네 머리 위에서 반짝였을 것이고 ​ 내 한숨과 입김에 꽃들은 네게로 몸을 기울여 흔들렸을 것이다 ​ 사랑에서 치욕으로, 다시 치욕에서 사랑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네게로 드리웠던 두레박 ​ 그러나 매양 퍼올린 것은 수만 갈래의 길이었을 따름이다 ​ 은하수의 한 별이 또 하나의 별을 찾아가는 그 수만의 길을 나는 걷고 있는 것이다 ​ 나의 생애는 모든 지름길을 돌아서 네게로 난 단 하나의 에움길이었다 ​ ​ 김용택 시집 /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