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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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닭 / 나 태 주

그림 : 영 희 ​ ​ 까닭 / 나 태 주 ​ ​ 꽃을 보면 아, 예쁜 꽃도 있구나! 발길 멈추어 바라본다 때로는 넋을 놓기도 한다 ​ 고운 새소리 들리면 어, 어디서 나는 소린가? 귀를 세우며 서 있는다 때로는 황홀하기까지 하다 ​ 하물며 네가 내 앞에 있음에야! ​ 너는 그 어떤 세상의 꽃보다도 예쁜 꽃이다 너의 음성은 그 어떤 세상의 새소리보다도 고운 음악이다 ​ 너를 세상에 있게 한 신에게 감사하는 까닭이다. ​ ​ ​

봄비 닮은 어머니 / 강 원 석

그림 : 박 규 호 ​ ​ 봄비 닮은 어머니 / 강 원 석 ​ ​ 연초록 가득 안고 비가 내리니 빗물 따라온 풋풋한 봄 내음 그 향기에 새가 울고 그 향기에 꽃이 핀다 ​ 비가 오는 봄날에는 어린 나를 바라보시던 눈빛 촉촉한 어머니의 얼굴이 떠오르고 ​ 홍매화 입술에 진달래꽃 볼을 지닌 어머니 ​ 봄비 같은 어머니 눈물로 이만큼 자라고 예쁜 꽃도 피웠는데 나로 인해 어머니는 행복하셨나 ​ 비가 오는 봄날에는 봄풀 향기 그윽한 우리 어머니 다만 그 품이 못내 그리웁다 ​ ​ 시집 :너에게 꽃이다

바람이 그리움을 안다면 / 강 원 석

그림 / 정 경 혜 ​ ​ 바람이 그리움을 안다면 / 강 원 석 ​ 바람이 그리움을 안다면 쓸쓸한 나의 옷깃을 이처럼 흔들지는 않을 텐데 ​ 바람이 그리움을 몰라 옷깃에 묻은 슬픔까지 무심히 날려 버리네 ​ 바람이 그리움을 안다면 이 마음 꽃잎 위에 실어 그녀에게 달려갈 텐데 ​ 바람이 그리움을 몰라 웃고 있는 꽃잎만 이유 없이 떨구더라 ​ ​ 시집: 너에게 꽃이다 ​ ​

작은 소망 / 김 명 자

그림 : 베르디쉐프 ​ ​ ​ 작은 소망 / 김 명 자 ​ ​ 깊은 산중 꽃이라면 참 좋겠습니다 그다지 예쁘지 않아도 애써 향기를 팔지 않아도 내 사랑 영원히 하나일 테니까 ​ 인적 없는 산속에 무심히 자란 풀이라면 차라리 좋겠습니다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구름이 가면 가는 대로 내 눈길 주고픈 대로 마음 주고픈 대로 모두 주어도 짓밟히며 뜯기는 아픔일랑 없을 테니까요 ​ 첩첩 산중 바위라면 정말 좋겠습니다 내 마음 살피는 이 하나 없어도 마음 서운치 않고 세상에 뿌려진 어여쁜 시간들 가슴으로, 한 가슴으로 사랑할 수 있을 테니까 ​ ​ 시집 : 인사동 시인들

봄의 시인 / 이 어 령

그림 : 영 희 ​ ​ ​ 봄의 시인 / 이 어 령 ​ 꽃은 평화가 아니다. 저항이다. 빛깔을 갖는다는 것, 눈 덮인 땅에서 빛깔을 갖는다는 것 그건 평회가 아니라 투쟁이다. ​ 검은 연기 속에서도 향기를 내뿜는 것은 생명의 시위. 부지런한 뿌리의 노동 속에서 쟁취한 땀의 보수. ​ 벌과 나비를 위해서가 아니다 열매를 맺기 위해서가 아니다. 꽃은 오직 자신을 확인하기 위해서 색채와 향기를 준비한다. 오직 그럴 때만 정말 꽃은 꽃답게 핀다. ​ 꽃은 열매처럼 먹거나 결코 씨앗처럼 뿌려 수확을 얻지는 못한다. 다만 바라보기 위해서 냄새를 맡기 위해서 우리 앞에 존재한다. ​ 그래서 봄이 아니라도 마음이나 머리의 빈자리 위에 문득 꽃은 핀다. ​ 시인의 은유로 존재하는 꽂은 미소하고 있는 게 아니다 가끔 분노..

까닭 / 나 태 주

그림 : 김 경 선 ​ ​ 까닭 / 나 태 주 ​ 꽃을 보면 아, 예쁜 꽃도 있구나! 발길 멈추고 바라본다 때로는 넋을 놓기도 한다 ​ 고운 새소리 들리면 어, 어디서 나는 소린가? 귀를 세우며 서 있는다 때로는 황홀하기까지 하다 ​ 하물며 네가 내 앞에 있음에야! ​ 너는 그 어떤 세상의 꽃보다도 예쁜 꽃이다 너의 음성은 그 어떤 세상의 새소리보다도 고운 음악이다 ​ 너를 세상에 있게 한 신에게 감사한 까닭이다. ​ ​ 시집 : 나태주 대표시 선집

민경숙 그림 감상하기 (극사실주의)

작가의 그림은 작가의 행복했던 기억의 순간이며 투명한 셀로판지는 작가의 행복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투명한 셀로판지 속에 담긴 꽃, 사과, 인형, 등은 실제보다 더 선명하게 시각적 아름다움을 극대화한다. 작품 속 물체는 투명 셀로판지로 포장되어 있어, 접힌 굴곡으로 인해 각 면의 빛과 그림자를 가진다. 이는 작가의 호기심을 반영하며 계속 실험적인 작업을 하는 원동력이 된다. 민경숙 작가가 셀로판지를 통해 본 사물은 반영과 반사, 굴절과 왜곡, 빛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작가는 사실성을 재현한 극사실화의 정체성을 담고 좀 더 독자적인 표현 방법을 모색하였다. 민경숙 작가의 극사실주의 회화는 현대미술의 한국적 흐름에 팝적인 요소를 부각시켜 다른 서양화와는 다른 방식의 극사실주의를 추구하고 있다. 문득 저..

해장국 끓이는 여자와 꽃

그림 : 김 정 수 ​ 해장국 끓이는 여자와 꽃 / 이 효 ​ 사람들이 잠든 새벽 해장국 끓이는 여자는 가슴에 꽃씨를 품는다 ​ 내일은 해장국집 간판 내리는 날 애꿎은 해장국만 휘휘 젓는다 ​ 옆집 가계도, 앞집 가계도 세상 사람들이 문 앞에 세워놓은 눈사람처럼 쓰러진다 희망이 다 사라진 걸까 ​ 화병 안에 환하게 웃고 있는 꽃송이 하나 뽑아 가계 앞 눈사람 가슴에 달아준다 ​ 무너지지 마 오늘 하루만 더 버텨보자 폭풍 속에 나는 새도 있잖아 ​ 가마솥에 꽃이 익는다 여자는 마지막 희망을 뚝배기에 담는다 눈물 한 방울 고명으로 떠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