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 김 석 흥 그림 / 설 윤 혜 못 / 김 석 흥 말을 잘 들어야 한다 못마땅하다고 고개 쳐들면 머리를 몇 대 더 맞는다 몸 꼿꼿이 세우고 버티다가는 허리가 구부러지고 불도가니에 들어가 녹아버릴지도 모른다 두둘겨 맞아도 참자, 한순간만 탈 없이 오래 사는 길이니까 그런데, 너무 고분고분하면 나를 쇠가 아닌 물로 볼까 봐 걱정이다 시집 / 천지연 폭포 그림 / 설 윤 혜 문학이야기/명시 2021.06.01
숲, 나무에서 배우다 / 김 석 흥 그림 : 신 은 봉 숲, 나무에서 배우다 / 김 석 흥 숲에 사는 나무는 박애주의자다 생김새가 다르다고 다투기는 하나 미워하지 않는다 키가 좀 작다고 허리가 굽었다고 업신여기지 않는다 언제나 주어진 자리에 서 있을 뿐 결코 남의 자리를 욕심내지 않는다 숲에 들어서면 가슴이 환해지는 이유이다 숲을 지키는 나무들은 거룩한 성자다 산새들이 몸통 구석구석을 쪼아 대고 도려내도 아픈 기색 보이지 않는다 짐승들이 울부짖는 소리에 잠을 설쳐도 끝내 쓴소리 한 번 내지 않고 폭설에 여린 팔 하나쯤 부러져도 오르지 끝 끝모르는 사랑으로 품어 안는다 숲에 들어서면 영혼이 맑아지는 이유다 시집 / 천지연 폭포 (김석흥 시인) 그림 : 김 연 희 문학이야기/명시 2021.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