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기다림 3

안부 / 나호열

그림 / 전계향 안부 / 나호열 안부를 기다린 사람이 있다 안부는 별일 없냐고 아픈 데는 없냐고 묻는 일 안부는 잘 있다고 이러저러하다고 알려주는 일 산 사람이 산 사람에게 산 사람이 죽은 사람에게 고백하는 일 안부를 기다리는 사람과 안부를 묻는 사람의 거리는 여기서 안드로메다까지 만큼 멀고 지금 심장의 박동이 들릴 만큼 가깝다 꽃이 졌다는 슬픔 전언은 삼키고 꽃이 피고 있다는 기쁨을 한아름 전하는 것이라고 안부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날마다 마주하는 침묵이라고 안부를 잊어버리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안부는 낮이나 밤이나 바가 오나 눈이 오나 가리지 않고 험한 길 만 리 길도 단걸음에 달려오는 작은 손짓이다 어두울수록 밝게 빛나는 개밥바라기별과 같은 것이다 평생 동안 깨닫지 못한 말뜻..

연어 / 정 호 승

연어 / 정 호 승 바다를 떠나 너의 손을 잡는다 사람의 손에게 이렇게 따뜻함을 느껴본 것이 그 얼마 만인가 거친 폭포를 뛰어넘어 강물을 거슬러올라가는 고통이 없었다면 나는 단지 한 마리 물고기에 불과했을 것이다 누구나 먼 곳에 있는 사람을 사랑하기는 쉽지 않다 누구나 가난한 사람을 사랑하기는 쉽지 않다 그동안 바다는 너의 기다림 때문에 항상 깊었다 이제 나는 너에게 가까이 다가가 산란을 하고 죽음이 기다리는 강으로 간다 울지 마라 인생을 눈물로 가득 채우지 마라 사랑하기 때문에 죽음은 아름답다 오늘 내가 꾼 꿈은 네가 꾼 꿈의 그림자일 뿐 너를 사랑하고 죽으러 가는 한낮 숨은 별들이 고개를 내밀고 총총히 우리를 내려다본다 이제 곧 마른 강바닥에 나의 은빛 시체가 떠오르리라 배고픈 별들이 오랜만에 나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