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급행열차 2

비애에 대하여 / 나 호 열

그림 / 민 경 윤 ​ ​ ​ 비애에 대하여 / 나 호 열 ​ ​ ​ ​ ​ 늙은 베틀이 구석진 골방에 앉아 있다 앞뜰에는 봄꽃이 분분한데 뒤란엔 가을빛 그림자만 야위어간다 몸에 얹혀졌던 수많은 실들 뼈마디에 스며들던 한숨이 만들어내던 수만 필의 옷감은 어디로 갔을까 ​ 나는 수동태의 긴 문장이다 간이역에 서서 무심히 스쳐 지나가는 급행열차의 꼬리를 뒤따라가던 눈빛이 마침표로 찍힌다 삐거덕거리며 삭제되는 문장의 어디쯤에서 황톳길 읍내로 가던 검정고무신 끌리는 소리가 저무는 귀뚜라미 울음을 닮았다 ​ 살아온 날만큼의 적막의 깊이를 날숨으로 뱉어낼 때마다 베틀은 자신이 섬겼던 주인이 그리워지는 것이다 ​ ​ ​ ​ 나호열시집 / 안부 ​ ​ ​ ​ ​ ​

비애에 대하여 / 나 호 열

그림 / 유 영 국 ​ ​ 비애에 대하여 / 나 호 열 늙은 베틀이 구석진 골방에 앉아 있다 앞뜰에는 봄꽃이 분분한데 뒤란엔 가을빛 그림자만 야위어간다 몸에 얹혀졌던 수많은 실들 뻐마디에 스며들던 한숨이 만들어내던 수만 필의 옷감은 어디로 갔을까 나는 수동태의 긴 문장이다 간이역에 서서 무심히 스쳐지나가는 급행열차의 꼬리를 뒤따라가던 눈빛이 마침표로 찍힌다 삐거덕거리머 삭제되는 문장의 어디쯤에서 황토길 읍내로 가던 검정고무신 끌리는 소리가 저무는 귀뚜라미 울음을 닮았다 살아온 날 만큼의 적막의 깊이를 날숨으로 뱉어낼 때마다 베틀은 자신이 섬겼던 주인이 그리워지는 것이다 엄불레라 창간호 (2021)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