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가을시모음 2

가을 들녘에 서서 / 홍 해 리

그림 / 유 복 자 ​ ​ ​ ​ 가을 들녘에 서서 / 홍 해 리 ​ ​ ​ ​ 눈멀면 아름답지 않은 것 없고 귀먹으면 황홀치 않은 소리 있으랴 마음 버리면 모든 것이 가득하니 다 주어버리고 텅 빈 들녘에 서면 눈물겨운 마음자리도 스스로 빛이나네 ​ ​ ​ ​ ​ ​ ​ 늦 가을 / 홍 해 리 ​ ​ 이제 그만 돌아서자고 돌아가자고 바람은 젖은 어깨 다독이는데 옷을 벗은 나무는 막무가내 제자리에 마냥 서 있었다 ​ 찌르레기 한 마리 울고 있었다 ​ 늦가을이었다 ​ ​ ​ *충북 청원 출생 *고려대 영문과 졸업(1964) *현재 대표 *시집 ​ ​

국화에 관하여 (국화 시 모음)

그림 / 김 민 정 ​ ​ 국화 옆에서 / 서 정 주 ​ ​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하여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하여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머언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에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이 오지 않았나 보다 ​ ​ ​ ​ 국화가 피는 것은 / 길 상 호 ​ 바람 차가운 날 국화가 피는 것은, 한 잎 한 잎 꽃잎을 펼 때마다 품고 있던 향기 날실로 뽑아 바람의 가닥에 엮어 보내는 것은, 생의 희망을 접고 떠도는 벌들 불러모으기 위함이다 그 여린 날갯짓에 한 모금의 달콤한 기억을 남겨 주려는 이유에서이다 그리하여 마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