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할머니 4

밥해주러 간다 / 유안진

작품 / 서 윤 제 ​ ​ ​ ​ ​ 밥해주러 간다 / 유안진 ​ ​ ​ 적신호로 바뀐 건널목을 허둥지둥 건너는 할머니 섰던 차량들 빵빵대며 지나가고 놀라 넘어진 할머니에게 성급한 하나가 목청껏 야단친다 ​ ​ 나도 시방 중요한 일 땜에 급한 거여 주저앉은 채 당당한 할머니에게 할머니가 뭔 중요한 일 있느냐는 더 큰 목청에 ​ ​ 취직 못한 막내 눔 밥해주는 거 자슥 밥 먹이는 일보다 더 중요한게 뭐여? 구경꾼들 표정 엄숙해진다 ​ ​ ​ ​ ​ ​ * 유안진 시인 약력 *1941년 경북 안동 출생 *서울대 (명예교수) *1965년 등단 *1970년 첫 시집 *1975년 *1998년 10회 정지용 문학상 *1990년 *2000년 *2013년 6회 목월문학상 수상 *2012년 한국문인협회 자문위원 ​ ​ ..

아버지의 그늘 / 신경림

그림 / 원 효 준 ​ ​ ​ 아버지의 그늘 / 신경림 ​ ​ ​ 툭하면 아버지는 오밤중에 취해서 널브러진 색시를 업고 들어왔다. 어머니는 입을 꾹 다문 채 술국을 끓이고 ... 할머니는 집안이 망했다고 종주먹질을 해댔지만, 며칠이고 집에서 빠져나가지 않는 값싼 향수내가 나는 싫었다. 아버지는 종종 장바닥에서 품삯을 못 받은 광부들한테 멱살을 잡히기도 하고, 그들과 어울려 핫바지춤을 추기도 했다. 빚 받으러 와 사랑방에 죽치고 앉아 내게 술과 담배 심부름을 시키는 화약 장수도 있었다. ​ 아버지를 증오하면서 나는 자랐다. 아버지가 하는 일은 결코 하지 않겠노라고 이것이 내 평생의 좌우명이 되었다. 나는 빚을 질 일을 하지 않았다. 취한 색시를 업고 다니지 않았고, 노름으로 밤을 지새지 않았다. 아버지는 ..

그 겨울의 시 / 박 노 해

그 겨울의 시 / 박 노 해 문풍지 우는 겨울밤이면 윗목 물그릇에 살얼음이 어는데 할머니는 이불 속에서 어린 나를 품어 안고 몇 번이고 혼잣말로 중얼거리시네 오늘 밤 장터의 거지들은 괜찮을랑가 소금창고 옆 문둥이는 얼어 죽지 않을랑가 뒷산에 노루 토끼들은 굶어 죽지 않을랑가 아 나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낭송을 들으며 잠이 들곤 했는데 찬바람아 잠들어라 해야 해야 어서 떠라 한겨울 얇은 이불에도 추운 줄 모르고 왠지 슬픈 노래 속에 눈물을 훔치다가 눈산의 새끼노루처럼 잠이 들곤 했었네 *시인 박노해의 본명은 박기평 한동안 이름 없는 시인, 실체없는 시인으로 알려졌던 시절이 있었던 사람이다. 첫 시집 "노동의 새벽"으로 이름을 알린 시인이다. 시집: 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

참깨를 털면서

김준태 시인 1948년 전라남도 해남 출생 조선대학교 독어 독문과 학사 1969년 전남 매일 신춘문예 등단 이 시는 참깨를 털면서 딴 생각을 하고 있는 시인 자아의 내면이 보인다. 참깨를 털듯 털어버리고 싶은 욕망 참깨 털기는 억눌린 자들이 품은 불온한 꿈과 한탄의 질퍽한 유혹이 담겨있다. 그러나 할머니가 "아가"라고 부르면서 참깨의 모가지까지 털어서는 안된다는 할머니의 꾸중 어린 시선이 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