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칼날 3

유리의 기술 / 정병근

그림 / 김환기 유리의 기술 / 정병근 유리창에 몸 베인 햇빛이 피 한 방울 없이 소파에 앉아 있다 고통은 바람인가 소리인가 숨을 끊고도, 저리 오래 버티다니 창문을 열어 바람을 들이자 햇빛은 비로소 신음을 뱉으며 출렁인다 고통은 칼날이 지나간 다음에 찾아오는 법 회는 칼날의 맛이 아니던가 깨끗하게 베인 과일의 단면은 칼날의 기술이다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풍경의 살을 떠내는 저 유리의 기술, 머리를 처박으며 붕붕거리는 파리에게 유리는 불가해한 장막일 터, 훤히 보이는 저곳에 갈 수 없다니! 이쪽과 저쪽, 소리와 적막 그 사이에 통증 없는 유리의 칼날이 지나간다 문을 열지 않고도 안으로 들이는 단칼의 기술, 바람과 소리가 없다면 고통도 없을 것이다 *시집 / 번개를 치다

파아노 / 전봉건

그림 / 최연재 파아노 / 전봉건 피아노에 앉은 여자의 두 손에서는 끈임없이 열마리씩 스무마리씩 신선한 물고기가 튀는 빛의 꼬리를 물고 쏟아진다 나는 바다로 가서 가장 신나게 시퍼런 파도의 칼날 하나를 집어 들었다 *전봉건 시집 / 백개의 태양 *전봉건 시인 1950년대를 대표하는 한국 문학가 *1928년 평남 안주 출생 *1946년 아버지 따라서 월남 *1950년 서정주와 김영랑 추천으로 문단에 나옴 시

그릇 1 / 오 세 영

그림 / 황 미 숙 ​ ​ ​ 그릇 1 / 오 세 영 ​ ​ ​ 깨진 그릇은 칼날이 된다. ​ 절제와 균형의 중심에서 빗나간 힘, 부서진 원은 모를 세우고 이성의 차가운 눈을 뜨게 한다. ​ 맹목의 사랑을 노리는 사금파리여, 지금 나는 맨발이다. 베어지기를 기다리는 살이다. 상처 깊숙이서 성숙하는 혼 ​ 깨진 그릇은 칼날이 된다. 무엇이나 깨진 것은 칼이 된다. ​ ​ 시집 / 어느 가슴엔들 시가 꽃피지 않으랴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