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장마 3

천변 아이 / 박준

​ ​ ​ ​ ​ 천변 아이 / 박준 ​ 게들은 내장부터 차가워진다 마을에서는 잡은 게를 바로 먹지 않고 맑은 물에 가둬 먹이를 주어가며 닷새며 열흘을 더 길러 살을 불린다 아이는 심부름길에 몰래 게를 꺼내 강물에 풀어준다 찬 배를 부여잡고 화장실에 가는 한밤에도 낮에 마주친 게들이 떠올라 한두 마리 더 집어 들고 강으로 간다 ​ ​ ​ ​ ​ 박준 시집 /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 있겠습니다 ​ ​ ​ ​ ​ ​

날랜 사랑 / 고재종

그림 / 윤정옥 날랜 사랑 / 고재종 장마가 걷힌 냇가 세찬 여울물 차고 오르는 은피라미떼 보아라 산란기 맞아 얼마나 좋으면 혼인색으로 몸단장까지 하고서 좀더 맑은 푸른 상류로 발딱발딱 배 뒤집어 차고 오르는 저 날씬한 은백의 유탄에 푸른 햇발 튀는구나 오호, 흐린 세월의 늪 헤쳐 깨끗한 사랑 하나 닦아 세울 날랜 연인아 연인들아 시집 / 시가 내게로 왔다

장마, 갈까? 말까?

장마가 참 오래간다. 친구랑 아침 산책을 같이 나가기로 약속했는데 비가 억수같이 쏟아진다.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갈까? 말까? 가자! 옷은 빨면 그만이지 그래 맞다 우리는 우산을 쓰고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걷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기분이 훨씬 좋았다. 어릴 적에 동네 친구들이랑 비를 쫄닥 맞으며 노는 기분이었다. 오랜만에 친구랑 동심으로 돌아갔다. 중랑천 뚝방길 천에 물이 가득 불었다. 작은 보에서 물이 쏟아진다. 다리 위에서 물이 시원하게 떨어진다. 아슬아슬하게 나무가 물에 잠긴다. 세상이 온통 깨끗해졌다. 마가목 ^^ 바람과 물에 쓰러진 풀들 물에 비치는 아파트가 아름답다. 장마는 순식간에 물이 불어 오른다. 천이 아니라 물이 많아 한강 같다. 자전거 타고 시원하게 달리는 아저씨 물고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