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자식 2

어여 내려가거라 (자작 시)

그림 : 김 정 수 어여 내려가거라 / 이 효 흰 눈이 쌓인 산골짝 한 사내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하늘을 향해 달리던 푸른 나뭇잎들 떨어지기는 한순간 이유도 모른 채 해고된 직장 포장마차 앞에서 토해낸 설음이 저 계곡물만 하랴 이 물을 모두 마시면 서러움이 씻겨나가려나 어린 자식들 앞 차마 얼굴을 보일 수 없어 올라온 겨울 산 하얀 눈발에 내려갈 길이 아득히 멀다 계곡 같은 어머니 늘어진 젖가슴으로 아들을 안아주신다 어여 내려가거라 따뜻한 어머니 맨손 하얀 눈 위에 손자국 내어주신다.

미련한 곰 (자작 시)

​ 미련한 곰 / 이 효 ​ 아침 산책길 나무 아래 널브러진 잣 껍질 사람들 발에 밟힌다 울음소리 등이 휜다 ​ 그 많던 잣은 어디로 갔을까? 텅 빈 잣 껍질 속 마른 새 울음소리 들린다 ​ 자식들 대학 간다고 전깃줄에 달 매달아 놓고 검정 눈알 하나씩 빼주었다 ​ 늦은 밤 가계부에 붉은 백일홍 만개한다 돋보기 머리 위에 올려놓고 노망이 따로 없다 ​ 자식들은 알려나 남보다 한발 앞서라고 눈알이란 눈알 모두 빼주었는데~ ​ 수십 개의 눈알 옷에 달고도 길이 안 보인다 한다. 남은 껍질이라도 태워 길을 밝혀주어야 하나? ​ 세상 제일 미련한 동물이 노년에 동물원에 갇혔다 길을 잃어버렸다 ​ 동물원 팻말에 원산지는 미련한 곰이라 쓰여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