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김 건 순 신지도 / 이 효 더위를 업고 달려간 신지도 수평선 위 작은 섬 하나 거울 앞에 홀로 선 내 모습 같구나 뜨거운 여름, 또 다른 섬 하나 두 다리를 오므리고 누운 모습 생명을 품은 여인의 신비한 몸 같구나 볼록한 섬이 갈라지더니 해가 오른다 얼마나 간절히 소망했던 생명인가 섬이 터트린 양수는 남해를 가득 채운다 철썩거리는 분침 소리 섬은 새벽 진통을 마치고 고요하다 하늘 자궁문이 열린 자리에는 수만 송이의 동백꽃이 피어오른다 고통의 주머니에서 꺼낸 한여름의 꿈이 화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