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둡고 추운, 푸른 / 이성복 그림 / 김기정 그 어둡고 추운, 푸른 / 이성복 겨울날 키 작은 나무 아래 종종걸음 치던 그 어둡고 추운 푸른빛, 지나가던 눈길에 끌려나와 아주 내 마음 속에 들어와 살게 된 빛 어떤 빛은 하도 키가 작아, 쪼글씨고 앉아 고개 치켜들어야 보이기도 한다 이성복 시집 / 아, 입이 없는 것들 문학이야기/명시 2023.02.16
나뭇가지 사이로 신음하던 / 이성복 그림 / 이정숙 나뭇가지 사이로 신음하던 / 이성복 검은 바위들 끼고 흐르는 물 위로 겹친 나무 그림자 어둡고 거기, 나뭇가지 사이로 신음하던 해가 끙 하며 선지 덩어리 쏟아 붓는다 거기, 차갑고 맑은 물에 눈 어두운 쏘가리가 살아, 천렵 나온 사내들 통발을 들이민다 거기, 눈 어두워 비늘과 지느러미로 물길 헤아리는 쏘가리, 쏘가리만 아는 물속 지도 살 찢는 바람에도 웃통 헐헐 벗고 풍덩 찬물 속에 뛰어들어야 보이는 지도, 통발 아랑곳 않고 물살을 가르는 물고기 근육에 힘이 붙는다 이성복 시집 / 아, 입이 없는 것들 문학이야기/명시 2023.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