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용 길 눈보라 / 황 지 우 원효사 처마끝 양철 물고기를 건드는 눈송이 몇점, 돌아보니 동편 규봉암으로 자욱하게 몰려가는 눈보라 눈보라는 한 사람을 단 한 사람으로만 있게 하고 눈발을 인 히말라야 소나무숲을 상봉으로 데려가버린다. 눈보라여, 오류없이 깨달음 없듯, 지나온 길을 뒤돌아보는 사람은 지금 후회하고 있는 사람이다. 무등산 전경을 뿌옇게 좀 먹는 저녁 눈보라여, 나는 벌 받으러 이 산에 들어왔다. 이 세상을 빠져나가는 눈보라, 눈보라 더 추운데, 아주아주 추운데를 나에게 남기고 이제는 괴로워하는 것도 저속하여 내 몸통을 뚫고 가는 바람 소리가 짐승 같구나 슬픔은 왜 독인가 희망은 어찌하여 광기인가 뺨 때리는 눈보라 속에서 흩어진 백만 대열을 그리는 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