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울음 2

겨울 자연 / 이근배

그림 / 소순희 겨울 자연 / 이근배 나의 자정에도 너는 깨어서 운다 산은 이제 들처럼 낮아지고 들은 끝없는 눈발 속을 헤맨다 나의 풀과 나무는 어디 갔느냐 해체되지 않은 영원 떠다니는 꿈은 어디에 살아서 나의 자정을 부르느냐 따순 피로 돌던 사랑 하나가 광막한 자연이 되기까지는 자연이 되어 나를 부르기까지는 너의 무광의 죽음 구름이거나 그 이전의 쓸쓸한 유폐 허나 세상을 깨우고 있는 꿈속에서도 들리는 저 소리는 산이 산이 아닌, 들이 들이 아닌 모두가 다시 태어난 것 같은 기쁨 같은 울음이 달려드는 것이다. *대한민국예술원 회장 역임 *경향, 서울, 조선, 동아, 한국일보 신춘문예 5관왕 *시집 외

사라진 얼굴 / 하 재 청

그림 : 권 영 애 ​ ​ 사라진 얼굴 / 하 재 청 ​ ​ 바닥을 쓸면서 잊어버렸던 얼굴을 찾았다 포대기 하나 덮어쓰고 사라진 얼굴 아무도 그가 누군지 모른다 온몸에서 눈물을 짜내며 요란하게 울던 그를 이제 누구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늘 거기에 있었다 담았던 바람을 다 쏟아내는 날 새로 바람을 다 쏟아내는 날 새로 바람을 온몸에 담기 위해 검은 자루 속에서 사라졌을 따름이다 그는 지금 바람을 몸에 담고 있는 중이다 거리를 활보하는 바람을 담으며 새로운 꿈을 꾸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바람을 몸에 담아 힘껏 짜내면 눈물이 난다 한 번 힘차게 울기 위해서 그는 오늘도 바람을 모으고 있다 울음이 다 빠져나간 포대자루 하나 허공에 펄럭인다 참 이상한 일이지, 잘못 배달된 것일까 아무도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