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재 / 나 호 열 그림 : 이 선희 비행기재 / 나 호 열 옷고름 절로 풀리는 여름 한낮 무성한 풀섶을 헤치며 또아리틀듯 길이 칭칭 산을 동여맨다 읊조릴 것 같은데 산은 오르막 몸이 풀리고 핏줄은 짙푸른 힘으로 길을 절정의 저 너머로 밀어낸다 푸드득, 산을 뒤틀며 뛰쳐오르는 새들 더덕냄새 풍긴다 도라지꽃이 활짝 핀다 천궁 씨알이 알알이 배이고 나그네는 내리막길을 휘이 뒷모습만 돌아서 가고 * 비행기재 강원도 정선 땅의 높은 고개 문학이야기/명시 2021.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