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어머니에관한시 6

고추밭 / 안도현

고추밭 / 안도현 어머니의 고추밭에 나가면 연한 손에 매운 물 든다 저리 가 있거라 나는 비탈진 황토밭 근방에서 맴맴 고추잠자리였다 어머니 어깨 위에 내리는 글썽거리는 햇살이었다 아들 넷만 나란히 보기 좋게 키워내셨으니 진무른 벌레 먹은 구멍 뚫린 고추 보고 누가 도현네 올 고추 농사 잘 안되었네요 해도 가을에 가봐야 알지요 하시는 우리 어머니를 위하여 나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안도현 시집 / 서울로 가는 전봉준

어머니를 위한 자장가 / 정호승

그림 / 김정수 어머니를 위한 자장가 / 정호승 잘 자라 우리 엄마 할미꽃처럼 당신이 잠재우던 아들 품에 안겨 장독 위에 내리던 함박눈처럼 잘 자라 우리 엄마 산 그림자처럼 산 그림자 속에 잠든 산새들처럼 이 아들이 엄마 뒤를 따라갈 때까지 잘 자라 우리 엄마 아기처럼 엄마 품에 안겨 자던 예쁜 아기의 저절로 벗겨진 꽃신발처럼 정호승 시선집 / 내가 사랑하는 사람

생각하믄 뭐하겄냐 / 강 경 주

그림 / 정 은 하 생각하믄 뭐하겄냐 / 강 경 주 손 한번 안 잡아주고 혼자 훌쩍 떠나더니 요새 부쩍 네 아부지가 밤마다 왔다 간다 뒤밟아 따라가다가 까마득 놓치곤 한다야 오라는 건지 있으란 건지 희미한 그 손짓 막걸리도 안 마셨는데 눈앞이 어룽하다 생각함 다 뭐하겄냐 살아 돌아올 것도 아니고 강경주 시집 / 노모의 설법

할미꽃과 어머니의 노을 / 최 효 열

그림 : 박 인 선 ​ ​ 할미꽃과 어머니의 노을 / 최 효 열 ​ ​ 어머니는 살아서도 할미꽃, 굽어진 등 너머 팔순세월 마디마디 새겨진 사연 아버지 무덤에서 핀다 당신을 여의고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 감내하며 살아 온 길, 미운 정 고운 정 곱씹으며 푸념 담아 당신에게 올리는 잔 추억으로 피는 그리움이라고, 사랑이라고 살아서도 할미꽃으로 핀다 변화하는 세월 저 깊은 곳에 담겨진 보릿고개보다 외로움을 삭히셨을 눈물로 보낸 세월이 소리 없는 아픔으로 가득한데 산새 사랑가 오리나무에 걸터앉아 울고 오던 길 더듬는 어머니 머리위로 이는 붉은 노을이, 서산으로 어머니의 노을이 진다.

봄비 닮은 어머니 / 강 원 석

그림 : 박 규 호 ​ ​ 봄비 닮은 어머니 / 강 원 석 ​ ​ 연초록 가득 안고 비가 내리니 빗물 따라온 풋풋한 봄 내음 그 향기에 새가 울고 그 향기에 꽃이 핀다 ​ 비가 오는 봄날에는 어린 나를 바라보시던 눈빛 촉촉한 어머니의 얼굴이 떠오르고 ​ 홍매화 입술에 진달래꽃 볼을 지닌 어머니 ​ 봄비 같은 어머니 눈물로 이만큼 자라고 예쁜 꽃도 피웠는데 나로 인해 어머니는 행복하셨나 ​ 비가 오는 봄날에는 봄풀 향기 그윽한 우리 어머니 다만 그 품이 못내 그리웁다 ​ ​ 시집 :너에게 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