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아내 3

텅 빈 자유 (치매행 致梅行) / 홍 해 리

그림 / 강 은 영 ​ ​ ​ 텅 빈 자유 (치매행 致梅行) ​ 홍해리 ​ ​ 아내는 신문을 읽을 줄 모릅니다 텔레비전을 켜고 끄는 것도 못합니다 전화를 걸 줄도 모릅니다 컴퓨터는 더군다나 관심도 없습니다 돈이 무엇인지 모르는데 돈이 어디에 필요하겠습니까 은행이 무엇인지 모르니 은행에 갈 일도 없습니다 통장도 신용카드도 쓸 줄 모르니 버려야 합니다 버스카드도 필요가 없습니다 문명의 이기가 정말 이기이긴 한 것인가 요즘은 헷갈리기만 합니다 이름을 몰라도 칼은 칼이고 사과는 사과입니다 자유라는 말은 몰라도 아내는 자유인입니다 지는 해가 절름절름 넘어가고 있습니다.​ ​ ​ ​ 홍해리 시집 / 치매행 致梅行 ​ ​ ​

집사람 / 홍해리

그림 / 최 종 태 ​ ​ ​ 집사람 / 홍해리 ​ 집은 그런 것이었다 아픔이라고 또는 슬픔이라고 무슨 말을 할까 속으로나 삭이고 삭이면서 겉으로 슬쩍 금이나 하나 그었을 것이다 곡절이란 말이 다 품고 있겠는가 즐겁고 기쁘다고 춤을 추었겠는가 슬프고 외로웠던 마음이 창문을 흐리고 허허롭던 바깥마음은 또 한 번 벽으로 굳었을 것이다 아내는 한 채의 집이었다 한평생 나를 품어준 집이었다 ​ ​ 홍해리 시선집 / 마음이 지워지다 ​ ​ ​

갈등 / 김 광 림

그림 : 김 현 경 ​ ​ ​ 갈등 / 김 광 림 ​ ​ 빚 탄로가 난 아내를 데불고 고속버스 온천으로 간다 십팔 년 만에 새삼 돌아보는 아내 수척한 강산이여 ​ 그동안 내 자식들을 등꽃처럼 매달아 놓고 배배 꼬인 줄기 까칠한 아내여 ​ 헤어지자고 나선 마음 위에 덩굴처럼 얽혀드는 아내의 손발 싸늘한 인연이여 ​ 허탕을 치면 바라보라고 하늘이 거기 걸려 있다 ​ 그대 이 세상에 왜 왔지? 빚 갚으러 ​ ​ ​ 시집 : 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