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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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손 / 김 광 규

그림 / 김 정 숙 ​ ​ ​ ​ ​​ 그 손 / 김 광 규 ​ ​ ​ ​ ​ 그것은 커다란 손 같았다 밑에서 받쳐주는 든든한 손 쓰러지거나 떨어지지 않도록 옆에서 감싸주는 따뜻한 손 바람처럼 스쳐가는 보이지 않는 손 누구도 잡을 수 없는 물과 같은 손 시간의 물결 위로 떠내려가는 꽃잎처럼 가녀린 손 아픈 마음 쓰다듬어 주는 부드러운 손 팔을 뻗쳐도 닿을락 말락 끝내 놓쳐버린 손 커다란 오동잎처럼 보이던 그 손 ​ ​ ​ ​ ​ 시집 / 시가 너에게 해답을 가져다줄 것이다 ​ ​ ​ ​

눈물의 중력 / 신 철 규

그림 / 타니아 말모레호 ​ ​ 눈물의 중력 / 신 철 규 ​ ​ ​ 십자가는 높은 곳에 있고 밤은 달을 거대한 숟가락으로 파먹는다 ​ 한 사람이 엎드려서 울고 있다 ​ 눈물이 땅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막으려고 흐르는 눈물을 두 손으로 받고 있다 ​ 문득 뒤돌아보는 자의 얼굴이 하얗게 굳어갈 때 바닥 모를 슬픔이 눈부셔서 온몸이 허물어질 때 ​ 어떤 눈물은 너무 무거워서 엎드려 울 수밖에 없다 ​ 눈을 감으면 물에 불은 나무토막 하나가 눈 속을 떠다닌다 ​ 신이 그의 등에 걸터앉아 있기라도 하듯 그의 허리는 펴지지 않는다 ​ 못 박힐 손과 발을 몸안으로 말아넣고 그는 돌처럼 단단한 눈물방울이 되어간다 ​ 밤은, 달이 뿔이 될 때까지 숟가락질을 멈추지 않는다 ​ ​ ​ ​ 시집 /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