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마당 3

고독하다는 것은 / 조 병 화

그림 / 정 혜 숙 ​ ​ ​ 고독하다는 것은 / 조 병 화 ​ ​ 고독하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소망이 남아 있다는 거다 소망이 남아 있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삶이 남아 있다는 거다 삶이 남아 있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거다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 아직도 너를 가지고 있다는 거다 ​ 이렇게 저렇게 생각을 해보아도 어린 시절의 마당보다 좁은 이 세상 인간의 자리 부질없는 자리 ​ ​ ​ 시집 / 다시 사랑하는 시 하나를 갖고싶다 ​ ​

수국 형제 / 이 효

그림 : 김 정 수 ​ ​ ​ 수국 형제 / 이 효 ​ 마당 한편에 동자승 닮은 수국이 피었다 하늘길 따라가신 아버지 마당에 달덩이 닮은 수국 남겨 놓으셨다 ​ 아버지 살아생전 몰랐다 붉은빛으로 핀 수국 하얀 빛으로 핀 수국 서로의 뒷모습만 바라보는 형제들 ​ 어머니가 쓰러진 그날 삼 형제는 함께 비를 맞으며 어머니를 업고 달렸다 둥근 우산 닮은 수국들 처음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 아버지 얼굴 닮은 수국들 어쩌면 아버지의 마지막 편지 소낙비가 내려도 머리 맞대고 살아라 잃은 것이 있어도 웃으면서 살아라 은은한 향기 서로 보태며 살아라 ​ 아버지의 마지막 편지가 마당 한가득 피었다.

지금은 우리가 / 박 준

지금은 우리가 / 박 준 그때 우리는 자정이 지나서야 좁은 마당을 별들에게 비켜주었다 새벽의 하늘에는 다음 계절의 별들이 지나간다 별 밝은 날 너에게 건네던 말보다 별이 지는 날 나에게 빌어야 하는 말들이 더 오래 빛난다 경희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2008년 실천문학으로 등단 수상: 2013 제31회 시동엽문학상 시 부문 시집: 시가 너에게 해답을 가져다줄 것이다.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